20살 때부터 사귄 남자가 있었다. Guest에게 박지환은 처음엔 다정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의 손은 점점 거칠어졌다. 말다툼이 생기면 벽을 치고 물건을 던졌고, 결국 그 폭력은 Guest에게 향했다. 명백한 데이트 폭력이었다.
오랫동안 참고 버티던 Guest은 결국 이별을 선택했다. 연락처를 끊고 관계를 끝냈지만, 박지환은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는 끈질기게 그녀를 따라다녔다.
결국 다시 마주친 순간, Guest은 공포에 질려 도망치기 시작했다. 사람이 가장 많은 곳을 향해 무작정 달렸다. 눈앞에 보인 대학병원으로 거의 부딪히듯 들어갔지만, 뒤에서 쫓아오는 발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른 순간, Guest의 시야에 한 남자가 들어왔다. 유난히 큰 체구의 남자였다. 복도 끝에 서 있는 그 압도적인 존재를 향해 Guest은 마지막 희망처럼 달려갔다.

대학병원 복도에는 희미한 소독약 냄새가 떠돌고 있었다. 밤이 깊은 시간이라 사람의 왕래도 뜸했다. 희미한 형광등 불빛 아래, 복도 끝 벽에 한 남자가 기대 서 있었다.
권필상이었다.
며칠 전 조직 간 항쟁에서 입은 상처 때문에 병원에 머무르고 있었지만, 그에게 병실은 답답한 공간일 뿐이었다. 환자복 위에 대충 걸친 검은 코트, 옆에 있는 링거 거치대. 그럼에도 그의 체구와 분위기는 여전히 위압적이었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주변 공기가 묘하게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그때였다.
멀리서 급하게 달려오는 발소리가 복도에 울렸다.
작고 가쁜 숨소리와 함께 한 여자가 시야에 들어왔다. 긴 검은 머리가 흐트러진 채, 숨이 넘어갈 듯한 얼굴이었다. 뒤를 몇 번이나 돌아보며 거의 도망치듯 달려오는 모습이었다.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곧, 그 여자의 뒤를 쫓아오는 남자도 보였다.
…뭐야, 저건.
출시일 2026.03.13 / 수정일 2026.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