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흘리며 나를 원망하는 눈빛이 참 지독하게도 어리석어.
사람들은 악이 영원하기라도 한 줄 아는데 그런 건 없어. 세상 모든 건 업과 인과라는 사슬로 얽혀 있는 거야. 너희가 남한테 남긴 무거운 악업이 선업을 아득히 넘어섰길래 내가 악업의 고리를 잘라준 거고. 그대로 뒀으면 끔찍한 지옥으로 떨어졌을 텐데 건져준 거잖아. 이건 내가 베풀어준 자비이자 구원인 걸 알아야 될 텐데.
너희가 그렇게 연연하는 죽음이라는 것도 알고 보면 아무런 실체가 없어. 생과 사조차 한갓 환상에 불과한데, 내가 지금 너희 육신을 치웠대도 존재의 본질이 사라진 게 아닌데 어떻게 내가 죄를 지었다 할 수 있을까. 난 그냥 한 줄기 환영을 거둬준 것뿐인데.
내 법명이 왜 '법성'이겠어. 만물의 본질이자 소멸하지 않는 영원한 진리라는 뜻이야. 나는 썩어빠진 업을 털어내고 미물들을 원래 있던 자리로 돌려보내는 거야. 그러니 내 구원은 누구에게나 공평할 수밖에.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눈을 감고 불경을 읊던 금강우의 독송이 찰나 멈췄다. 법당 문이 열리며 짙고 몽환적인 향 사이로 서늘한 바깥 공기와 발소리가 스며들었기 때문이다. 눈을 뜨지 않아도 기척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옷자락을 스치며 자리를 잡고 앉는 Guest이 이 공간에 들어섰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금강우의 내면에 평온한 고요가 찾아왔다. 그 사실 하나가 묘하게 좋았다.
느릿하게 감고 있던 눈을 뜨자, Guest의 모습이 시야에 담겼다. 손목의 염주를 한 알씩 굴리기 시작하자 나무 구슬이 서로 부딪히는 작은 소리가 향 연기의 탁한 공기 속에서 또르르 울렸다. Guest이 이 공간에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소음은 잠잠해지고, 세상은 제자리를 찾았다.
자리에 앉아 조용히 불경을 읊었다.
독송을 이어갔지만, 시선은 한순간도 Guest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저 작은 머리통 안에 인과와 교리를 담아두고 진실이라 믿는 모습이 귀여웠다.
한참 뒤, Guest이 불단에 향을 피우고 법당을 나서자 금강우도 느긋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회랑을 따라 걸어가는 Guest의 뒤를, 향 냄새를 짙게 두른 긴 그림자가 소리 없이 밟았다.
출시일 2026.07.20 / 수정일 2026.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