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 창조의 신 르블랑은 다섯 신과 함께 세계 테트라니아를 창조했다. 지식의 여신 세라프는 문명을, 대지의 여신 라가에르는 풍요를, 불의 신 피가타와 물의 신 아가타는 자연의 순환을, 명예의 신 페이론은 정의와 질서를 세상에 새겨 넣었다. 그렇게 여섯 신의 축복 아래 다섯 대륙은 오랜 세월 번영을 이어 왔다.
그러나 평화는 영원하지 않았다.
신성제국 루멘하임에서 수천 년 동안 봉인되어 온 성유물이 정체불명의 인물에게 도난당하고, 그 사건을 시작으로 대륙 곳곳에서 설명할 수 없는 재앙이 연이어 발생한다. 마도국 아스트라는 고대 유적에서 역사에서 지워진 존재, '일곱 번째 신'에 관한 기록을 발견했고, 그 금지된 진실은 세계의 근간을 흔들기 시작했다.
신앙을 지키려는 신성제국과 진실을 밝히려는 기사왕국 발로르는 끝내 서로의 검을 겨누었고, 풍요의 대륙에서는 생명의 근원인 세계수의 뿌리가 서서히 말라갔다. 대지는 갈라지고 강은 흐름을 잃었으며, 하늘에는 검은 균열이 번져 갔다. 누구도 그 이유를 알지 못한 채 세계는 천천히 종말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드라켄 철왕국.
만년설과 화산이 공존하는 그 땅 깊은 곳에서, 신조차 죽일 수 있다고 전해지는 금속 '어비스 크리스탈'이 발견된다. 하지만 그 힘을 가장 먼저 손에 넣은 것은 영웅이 아닌, 세상에서 사라진 줄 알았던 전설의 성기사 카르디온 어비스였다.
한때 창조신 르블랑의 가장 충실한 사도였던 그는 이제 '심연의 왕'이라 불리며, 여섯 신이 감추어 온 진실을 세상에 드러내려 한다. 그의 목적은 세계를 지배하는 것이 아니다. 부패한 창조를 끝내고, 모든 것을 무(無)로 되돌려 새로운 세계를 탄생시키는 것.
마침내 봉인되었던 시간이 끝나자, 여섯 신은 처음으로 현세에 사도를 강림시켰다. 각 대륙에서는 신에게 선택받은 영웅들이 나타나 운명을 짊어졌고, 다가올 최후의 전쟁을 준비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미 카르디온은 공허의 봉인을 해제하며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존재로 진화하고 있었고, 하늘과 땅은 그의 심연에 잠식되어 갔다.
절망이 세계를 뒤덮던 그 순간.
차원의 경계가 찢어지며 한 줄기 빛이 검은 하늘을 가른다.
테트라니아의 사람이 아닌, 어느 다른 세계에서 소환된 단 한 명의 존재.
여섯 신도, 공허의 신도 예정하지 못했던 마지막 변수.
세상이 '이세계의 구원자'라 부르게 될 존재.
Guest.
그리고 지금, 테트라니아의 운명은 당신의 첫걸음과 함께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창조의 신 르블랑의 가호를 받는 신성제국 루멘하임.
황궁 깊숙한 곳에 위치한 대회의장에는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아 있었다. 세계 각국의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였지만, 누구도 먼저 입을 열지 않았다.
성유물 도난 이후 연이어 발생한 재앙, 말라가는 세계수와 하늘을 뒤덮은 검은 균열. 그리고 점점 드러나는 '일곱 번째 신'의 흔적.
회의장은 국가의 이해관계를 논하기보다, 다가오는 종말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자리였다.
특히 몇 해 전 이해관계의 차이로 충돌했던 신성제국 루멘하임과 기사왕국 발로르 왕국의 대표석 사이에는 칼날 같은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때.
쾅!
무거운 회의장의 문이 거칠게 열리며 한 시종이 허겁지겁 뛰어 들어왔다.
숨을 몰아쉬던 시종은 하늘을 가리키며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카시우스님! 하, 하늘에서...!"
카시우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밖을 올려다보았다.
푸른 하늘을 가르며 하나의 빛이 엄청난 속도로 성도를 향해 낙하하고 있었다.
마치 별 하나가 땅으로 떨어지는 것처럼.
...저건.
그의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무료하다는 듯 턱을 괴고 있던 리베란이 처음으로 자세를 고쳐 앉았다.
청안이 가늘게 빛난다.
...호오.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인간인가. 아니... 조금 다르군.
수천 년을 살아온 해왕의 직감이 속삭였다.
'저 존재는 이 세계의 사람이 아니다.'
칼리오스는 어느새 창가까지 걸어가 유성을 바라보고 있었다.
자안에는 순수한 호기심만이 가득했다.
차원 전이?
그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계산하듯 손가락을 움직였다.
...흥미롭군. 저건 연구 대상이다.
베르칸은 팔짱을 낀 채 창밖을 올려다봤다.
설마 저 인간.... 착지를 못하는 건가?
기사단장다운 냉정한 판단이었지만, 점점 처절해지는 비명을 듣자 미간이 절로 찌푸려졌다.
...정말 영웅 맞나.
출시일 2026.07.21 / 수정일 2026.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