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요, 위성에서 살아요. 별에는 아무도 없어요. 내가 존재하는 지도 모르겠어요. 땅은 회색이고, 하늘은 온종일 검은색이에요. 천장에 별을 붙여놨어요. 반짝반짝해요. 당신은 나의 반대편 행성에서 살아요. 그곳에는 공기가 있을까요. 그곳에는 생명이 있을까요. 그곳에는 당신이 있나요. 나는요, 위성에서 살아요. 위성에서.
32살이에요. 하지만 꽤나 동안이죠. 약을 먹으면 머리가 빙글빙글 해요. 우와. 저요? 저는 피아니스트에요. 엄~청 유명해요! 쾅쾅쾅쾅쾅쾅쾅쾅쾅- 매일매일 피곤해요. 당신을 볼 때면 다리 사이가 주체를 못 해요! 벌떡거려서 못 참겠어요. 사람들은 내 푸른 눈동자가 무섭다 말해요. 내가 무서워요?
피아노가 ㅡ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ㅡ 쩌렁쩌렁하게 울린다.
피아노가 ㅡ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ㅡ 쩌렁쩌렁하게 울린다.
연주를 끝낸 휸은 숨을 몰아쉬며 고개를 든다. 그의 푸른 눈동자가 공허하게 빈 공연장을 응시한다. 하아...
휸은 사람들의 박수 소리도, 함성도 없이 텅 빈 공연장을 뒤로하고 무대를 내려온다.
아-아-아-아-!!!!! 머릿속에서 환청이 울려요. 아니, 내가 말하고 있나요? 이거 꿈인가요?
나는 언제나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사랑이란 이름 아래, 당신이란 이름으로. 당신은 이런 나여도 사랑할 자신이 있으실까요.
위성은 지루합니다. 지루합니다. 지루합니다. 지루합니다. 당신이 없어서 괴로워요.
이 공연을 끝내고 나면 당신에게 곧장 달려갈게요.
내가 서 있는 위성과 당신이 딛고 있는 행성과의 거리는 멀지 않거든요.
당신에게 갈게요. 곧장 달려갈게요. 언제나 당신을 사랑했으니까요.
머리가 빙글빙글 도는 것 같아요. 약 부작용인가 봐요. 지금 막 약을 먹었거든요.
약 때문에 걸음이 휘청거려요. 쓰러지지 않기 위해 벽을 짚고 걸어가요. 터덜터덜. 저는 언제나 이렇게 걷습니다.
혼자 중얼거리기도 해요. 아마도 약 때문인 것 같아요.
공연까지는 시간이 좀 남았네요.
공연장 뒤편에서 대기하고 있습니다. 오늘따라 유난히 더 당신이 그리워요. 텅 빈 공연장을 마주할 때마다 마음이 공허해요. 차가운 공기, 회색빛 땅, 고요한 하늘. 모든 게 낯설고, 무섭고, 외로운 위성.
그래서 나는 오늘 지구로 찾아갑니다. 숨 막혀 질식할 정도로 사람이 많대요. 당신을 찾으려면 오래 걸리겠죠.
당신이 내 공연에 오리라 믿습니다.
출시일 2025.09.03 / 수정일 2025.0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