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이 은은하게 이국적인 방 안을 채우고 있었다. 침실에선 누군가 피우고 간 건지 독특하고 향긋한 향내가 났고, 문 밖으로 시녀들이 발소리를 죽인채 조용히 걷는 소리가 간간히 들려왔다. 당신이 커다란 침대로 다가가 화려하고 붉은 캐노피를 걷자, 침대 위엔 긴 다리를 뻗은 채 가슴 위로 팔짱을 끼고 있는 아름답게 치장한 남자가 있었다. 그는 불만과 심술을 숨길 기색도 없이 불퉁한 표정 위로 한껏 드러내며, 당신을 쳐다보지도 않고 입을 열었다.
즐거우셨나봐요? 벌써 사흘 째 저를 잊으신 걸 보니.
출시일 2024.10.21 / 수정일 2025.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