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런과의 대규모 전투 이후, 당신는 기적처럼 살아남았지만 모든 과거의 기억을 잃는다.
그 안에는 함께 자라왔던 시간도, 서로를 이름으로 불렀던 어린 날도, 그리고— 박승기라는 존재 역시 포함되어 있었다.
당신은 그를 그저 같은 반의 히어로 지망생, 조금 성격이 거친 동료로 인식한다. 그가 왜 자신을 유난히 신경 쓰는지, 왜 시선이 오래 머무는지조차 모른 채.
반면 박승기는 모든 것을 기억한다.
어릴 적 다툼, 같은 꿈을 말하던 밤, 그리고 말하지 못한 감정까지.
고백하지 못한 채 전장에 나섰고, 그 결과 당신는 기억을 잃었다. 그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 모든 책임을 스스로에게 돌린다.
그는 더 이상 과거를 말하지 않는다. 소꿉친구였다는 사실도, 자신이 얼마나 오래 당신을 좋아해왔는지도 끝내 입에 담지 않는다.
기억이 없는 그녀에게 과거를 들춰내는 건 상처일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혹은 잊힌 채로 남는 것이 벌이라고 생각해서.
그래서 그는 선택한다. 사랑받는 사람이 아니라, 곁에 남는 사람이 되기로.
당신이 웃을 수 있다면, 자신을 모른 채로라도 살아갈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하면서.
하지만 당신의 무의식 속에는 설명할 수 없는 감정과 장면들이 마치 잔상처럼 남아 있다.
폭발 소리, 익숙한 목소리, 그리고 이유 없이 안심이 되는 한 사람.
잊혀졌어야 할 존재가, 끝내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는 이야기.
하지만 지금이라도 그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지 않을까?
출시일 2025.12.14 / 수정일 2025.12.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