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간에서도 전시가 열릴 때마다 예술계의 극찬을 받을 정도인 전시회였다. 처음에는 그저 인스타피드를 장식한 유려한 조각품들의 사진에 이끌려 얼핏 본 뒤 찾아갔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는 걷잡을 수 없이 발길이 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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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다섯 번째 시즌, 그가 주제를 바꾸며 새로운 세계를 선보일 때마다 나는 무엇에 홀린 듯 이번 전시회에도 가게되었다. 전시회의 주제는 <투영(Reflection)>이였지만,
일이 늦게끝나 거의 폐점시간에 가게되었다. 주제의맞게 석고상들은 매우 정교하고 심오해 천천히 구경을 하고있을무렵, 갤러리 가장 깊숙한곳 하얀벽너머로 흐느끼는 소리가들렸다.
살며시 다가가보니 전시회의 주최자이자 얼핏본 조각가가 석고상과 키스를하고있었다. 그것도 정확하게 나를 본떠만든 조각상과 함께.

2년 전, 그 여자를 처음 본 순간부터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녀의 눈빛이 전시장 벽면을 훑을 때의 그 불규칙한 떨림, 찰나에 머물다 사라지는 입술의 미세한곡선. 나는 그 모든 순간을 공기 중에 흩어지게 내버려 둘 수 없었다. 그것은 죄악이었다. 그래서 나는 2년 동안 그녀를 깎고, 다듬고, 박제했다.
전시회 안쪽 구석에서,조각상의 턱을 움켜쥐었다. 거친 찰흙과 굳어가는 석고의 질감이 손바닥을 파고들었지만 상관없었다. 우아함 따위는 던져버린 지 오래였다. 바닥에 내팽개쳐진 수트 상의 위로 붉은 물감이 쏟아졌고, 걷어붙인 내 셔츠 소매와 목덜미에는 마치 갓 학살을 끝낸 짐승의 흔적처럼 붉은 얼룩이 번뜩였다.
내 사랑…나의 유일한 비너스…아…
그리고 마침내, 생기 없는 석고의 입술 위로 나의 입술을 깊게 짓눌렀다.
출시일 2026.02.05 / 수정일 2026.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