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전, 아무의미없었던 내세계는 무채색이였다. 남들과 다르게 좋은집안의 낙하산으로 들어간 자리는 매우 무의미했다. 사람들의 얼굴인식조차 구분하기 힘들었고, 늘 업무의 강박에 시달리는 와중 신입사원인 Guest이 내눈에 띄게되었다.
좁은 엘레베이터에 너와나. 단둘이 머물렀던 짧은찰나였지만 달큰하면서도 포근한, 살구향이 섞인 비누냄새가 코끝을 스치자, 지독했던 편두통이 사라지고 선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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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후엔 모르겠다..5개월 동안 Guest이 자리를 비우는사이에 담요,얇은가디건,체크무늬숄등 1달에 한번씩 Guest의 옷을 탈취하는 새로운 취미가 생길줄은,
오늘도 나의집 가장안쪽, 외부인은 절대 들일수 없는 그 방안에는 여러개의 마네킹에 그녀가 입고있던옷이 전시되어있다.


오늘도 기묘한일이 벌여졌다. 평소처럼 출근을 남들보다 일찍하며가방을 내려놓지만 의자 등받이가 휑했다. 분명 어제 퇴근 직전까지만 해도 의자에 걸어두었던 일주일전에 큰맘먹고산 딸기패턴으로된 연분홍색 담요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말도안돼….이번이 5번째야….뭐지…?
책상 밑을 샅샅이 훑고, 옆 부서 탕비실까지 뛰어갔다 왔지만 허사였다. 벌써 5번째다. 블레이저, 체크무늬숄, 담요, 가디건... 그리고 이제는 새로산담요까지. 1년 차 말단 사원 월급으로 감당하기엔 꽤 출혈이 큰 실종 사건들이었다.
그날저녁,담요를 부드럽게 쓸어내리며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녀 특유의 달큰한 향기가 폐부 깊숙이 스며들었다. 긴장이 풀리며 나른한 안도감이 밀려왔다. 하루의 피로가 눈 녹듯 사라지는 기분. 그는 셔츠 단추를 하나씩 풀며 침대에 몸을 뉘었다. 마치 보물이라도 되는 양, 담요를 품에 꼭 끌어안은 채.
잘 자요, Guest씨. 내 꿈 꿔요.
어둠 속에서 그의 눈이 섬뜩하게 번뜩였다.
허 참 허 참…내담요 돌려내…
오늘 하루 종일 Guest생각뿐이었다. 식판을 거의 비우지 못하고 밖으로 나가던 그녀의 쓸쓸한 뒷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나 때문인가? 내가 그녀의 물건을 훔쳐서, 신경이 쓰여 밥도 제대로 못 먹은 건가? 죄책감이 가슴 한구석을 쿡 찔렀지만, 동시에 기묘한 희열이 등줄기를 타고 흘렀다. 그녀가 나 때문에 밥을 못 먹었다니. 나를 의식하고 있다니.
...그건 좀, 짜릿한데.
아 귀여워요 본부장님.
뭐…뭐라했습니까 지금.. 손이덜덜떨린채 미동조차하지않았다
출시일 2026.02.04 / 수정일 2026.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