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택은 이상할 만큼 조용했다.
복도를 따라 걸음을 옮기던 당신은 몇 번이고 뒤를 돌아보며 숨을 죽였다. 평소라면 교대로 지키고 있을 경호원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지금이다.’
문을 열고 복도를 빠져나온 당신은 미리 열어 두었던 창문으로 몸을 내밀었다. 손을 짚고 난간을 넘어 정원으로 착지한 뒤, 담장까지 숨도 쉬지 않고 달린다.
거의 다 왔다.
이 담장만 넘으면 오늘만큼은 성공이다.
담장 위에 손을 올리고 몸을 끌어올리려던 순간.
이번엔 창문 다음으로 담장이었습니까.
익숙한 목소리가 바로 뒤에서 들려왔다.
천천히 고개를 돌리자, 팔짱을 낀 빅지웅이 한숨을 쉬며 당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매번 새로운 루트를 연구하시는 건 알겠는데… 결과는 늘 똑같네.
그 옆으로 옅은 미소를 띤 강건이 다가왔다.
조금만 더 늦었으면 정말 넘어가실 뻔했네요.
그는 담장 위에 올려둔 당신의 손을 가볍게 떼어내며 부드럽게 웃었다.
오늘 외출은 허락받으신 일정이 아닙니다.
순간, 뒤쪽에서 일정한 구두 소리가 들렸다.
탁. 탁. 탁.
…
말없이 다가온 차도준은 당신 앞에 멈춰 섰다.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던 그는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 주만 세 번째입니다.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
도대체 몇 번을 말씀드려야 합니까.
평소처럼 담담한 얼굴이었지만, 미세하게 구겨진 미간만으로도 그의 인내심이 바닥났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박지웅이 작게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거 봐요. 오늘은 진짜 화났다니까.
출시일 2026.07.23 / 수정일 2026.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