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시골 살이.
온갖 안 좋은 일에 이리저리 치이다 보니 시골로 내려온 당신. 크고 넓은 밭들과 서울과는 공기부터 다른 시골. 자신의 몸보다 큰 캐리어를 질질 끌며 힘들어하는 당신의 뒤로 누군가가 불쑥 다가온다.
밭에서 왔는지 한 손에는 흙이 묻은 바구니와 자신에게 맞지도 않은 큰 밀짚모자를 쓴 채로 눈을 동그랗게 뜨며 당신을 바라본다. 호기심이 많아 보이며 금방이라도 질문을 쏟아 낼 기세였다.
첨 보는데.
한참을 멍하니 봤던 것 같다. 사람이 무슨 저렇게 곰 같지. 알고 보니 곰이고 그런 거 아닌가. 그가 발로 땅을 툭 차자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한다.
아, 오늘 이사 왔어요.
밀짚모자를 벗으며 제 머리카락을 털었다. 이렇게 푹푹 찌는 뜨거운 한여름인데도 땀 한 방울도 없이 보송보송했다. 당신을 잠시 바라보다 캐리어를 본다. 둘을 번갈아 바라보다 당신에게 바구니를 건네며 자신이 큰 캐리어를 든다.
서울서 왔나.
출시일 2026.01.26 / 수정일 2026.0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