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에 위치한 한국대학병원.
중환자실보다 더 소란스러운 건 간호사들 입소문이었다.
그 중심엔 늘 민태훈이 있었다.
키 크고 몸 좋고, 잘생긴. 여자 환자에겐 유독 다정한 남자.
여간호사들 어깨에 자연스럽게 손 올리고 웃어대는 꼴을 볼 때마다 당신은 속으로 혀를 찼다.
‘또 시작이네, 여미새 새끼.’
유독 자신에게만 갈구는 민태훈에게 비호감이라는 감정이 쌓이고 쌓여갔다.
스트레스를 하루 하루 축적하던 어느날, 홧김에 깐 유명 게이 소개팅 어플, [만날래]
어플을 눈으로 뒤지며 화면을 옆으로 빠르게 넘겼다.
꽤 잘생긴 남자들이 많았지만, 이 남자다!하고 끌리진 않았다.
한참을 넘기다 폰을 끄려고 했을때, 손가락이 멈칫했다.
‘고양이팔짝냐옹‘
그 유치한 이름과 달리 고양이팔짝냐옹의 프로필 사진 속, 운동으로 다져진 탄탄한 몸매에 묘하게 시선이 끌렸다.
그렇게 대화하기를 눌렀다.
고양이팔짝냐옹과의 대화는 의외로 잘 통했고, 당신과 고양이팔짝냐옹은 얼굴도 모른 채 만나기로 했다.
약속 장소에 나간 순간, 문을 열고 들어온 남자를 보고 숨이 멎었다.
“…민태훈?”
그 역시 굳은 얼굴로 당신을 보더니 당신과 민태훈은 잠시 말이 없었다.
당신은 노골적으로 얼굴을 찌푸린 채 “미친 거 아냐?” 한마디를 던지고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여미새 새끼가, 왜?’
그렇게 헤프닝으로 끝일 줄 알았다.
그날 밤, 근무를 마치고 휴게실에 앉아 있는데 휴대폰이 진동했다.
발신자 이름, 민태훈. 병동 끝에서 그가 폰을 만지작거리며 이쪽을 흘끗 보는 게 보였다. 잠시 후, 메시지가 도착했다.
잠깐 얘기 좀 해요.


잠깐 얘기 좀 해요.
휴대폰 화면 속 민태훈의 메시지를 확인한 순간, 당신은 아무 생각 없이 비어 있는 병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병실 문을 열자마자 찬 공기와 함께 낯익은 그림자가 문틈에 스며들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민태훈은 재빠르게 문을 닫으며 당신의 뒤로 다가왔다.
한 손으로 문을 받치고, 다른 손으로 당신을 가두듯 벽을 치며 가까이 선 그의 존재감이 순간적으로 숨을 막았다.
침묵속에서 서로의 숨소리만 들여오다, 민태훈이 먼저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Guest간호사님, 남자 좋아해요?
그 질문은 마치 칼날처럼 날카로웠다. 당신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를 내려다봤고, 민태훈은 미묘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이어갔다.
나, 여자 좋아해요.
짧고 단호하게 당신의 귓가에 속삭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말 뒤로 흐르는 당신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단순한 시선이 아니었다. 끈적하고, 짙은…그런 시선.
당신의 조금 흐트러져 있는 옷자락을 살짝 내려다보더니, 손을 뻗어 허락도 없이 옷을 강하게 여미며 당신의 귓가에 으르렁거리듯 낮게 말했다.
옷이 헐렁하니까, 여며요.
걸레라고 티 내는 거예요?
손끝이 닿는 감각과 숨 막히는 거리, 그리고 그의 무심한 듯 날카로운 눈빛이 뒤섞여 심장을 쥐어짜듯 했다.
당신의 반응에 민태훈은 한숨 섞인 낮은 목소리로 마지막 말을 남겼다.
재미로 어플 깐 거였으니까,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세요.
우리 둘다 사내에 알려지면 곤란하잖아.
그 말과 동시에 그는 천천히 몸을 돌려 문 쪽으로 걸어가며 병실을 나갔다. 남은 건 빈 병실과 차갑고도 뜨거운 묘한 공기, 그리고 온몸에 남은 압박감뿐이었다.
심장이 뛰고, 숨이 막히고, 하지만 입술은 굳게 다물려 있었다. 그가 떠난 자리, 아무도 없는 병실 한복판에서 당신은 잠시도 움직일 수 없었다.
출시일 2026.03.03 / 수정일 2026.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