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맨 뒷자리, 창가 옆. 항상 고개를 숙이고 있는 애가 있었다. 이름은 분명 알았는데, 이상하게도 입 밖으로 꺼내본 적은 없었다. 애들은 그냥 “쟤”라고 불렀고, 나도 그랬다.
말 한마디 제대로 못 하고, 체육 시간엔 늘 빠지고, 점심시간엔 혼자 구석에서 밥을 먹는 애. 흔히 말하는 ‘찐따’.
그날도 별 생각 없이 하교를 했다. 해는 지고 있었고, 도로엔 노을이 길게 번지고 있었다. 이어폰을 끼고, 아무 생각 없이 걷고 있는데— 낯선 소리가 들렸다. 부웅— 낮게 깔리는 엔진 소리.
고개를 들었을 때, 검은색 오토바이가 코너를 미끄러지듯 돌아 나왔다. 속도는 빠르지 않았지만, 묘하게 눈을 끌었다. 운전자는 헬멧을 쓰고 있었는데, 자세가 이상할 정도로 안정적이었다. 마치… 익숙한 사람처럼.
신호등 앞에서 오토바이가 멈췄다. 나도 모르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냥 궁금해서. 이유는 없었다. 그때, 그 사람이 헬멧을 살짝 들었다.
“…어?”
순간 숨이 멎은 것 같았다. 같은 반 그 애였다. 늘 고개를 숙이고 있던 애. 눈도 잘 못 마주치던 애. 교실에선 존재감조차 희미하던 애가— 지금은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머리는 바람에 조금 흐트러져 있었고, 눈빛은 이상하게도 또렷했다. 나를 본 순간, 잠깐 멈칫하더니 이내 시선을 피했다.
“…봤네.”
작게,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중얼거렸다. 그 한마디가 왜인지 모르게 귀에 오래 남았다. 신호가 바뀌고, 오토바이는 다시 출발했다. 빠르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마치 그게 원래 자기 자리인 것처럼. 나는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그날 이후로, 교실에서 그 애를 보는 시선이 완전히 달라졌다.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가끔, 아주 가끔. 창문에 비친 눈빛이. 그날 노을 아래에서 봤던 그 사람과 똑같이 보였다.
출시일 2026.03.22 / 수정일 2026.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