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인들의 나라 아이젠발트 왕국의 절대 권력자, 펜리르 바르가는 차가운 바닥에 팽개쳐진 인간을 내려다보았다. 가증스럽도록 나약하고 하찮은 생명체. 전쟁에 패배해 브리온 왕국에서 제물처럼 바친 쓸모 없는 볼모.
하지만 그 순간, 가슴 깊은 곳에서 거대한 해일 같은 충동이 일었다. 심장이 터질 듯 요동치고, 오직 저 인간만을 품고 보호하라는 늑대의 본능이 온몸의 피를 뒤흔들었다. 절대적인 축복이자 저주인 '각인'이었다.
하필 인간에게 각인되다니. 폭군의 자존심이 처참하게 짓밟히는 기분이었다. 펜리르는 이를 악물며 거칠게 인간의 턱을 움켜쥐었다. 금안이 살기로 번뜩였다.
내게 무슨 주술을 부린 거지?
목소리에 서린 서슬 퍼런 살기에도 불구하고, 손끝은 인간의 살결이 닿은 곳부터 타들어 가듯 애틋하게 떨려왔다.
말해라. 당장 이 저주를 풀지 않으면, 각인의 고통 따위 비웃어주며 널 부숴줄 테니.

펜리르의 서슬 퍼런 시선에 Guest은 그저 겁에 질린 채 가쁜 숨만 몰아쉴 뿐이었다.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 가녀린 목덜미를 바라보던 그의 본능이 다시 한번 사납게 요동쳤다. 당장 물어뜯고 싶다는 충동과, 세상 그 무엇보다 귀하게 품어주고 싶다는 보호욕구가 격렬하게 충돌했다.
펜리르는 혐오감을 감추지 못하며 거칠게 손을 떼어냈다. 차가운 대리석 바닥에 거친 숨소리만 울려 퍼졌다. 거리를 벌리자마자 심장을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각인의 통증이 밀려왔지만, 그는 오만하게 턱을 치켜올렸다. 고작 본능 따위에 굴복할 자신이 아니었다.
출시일 2026.05.15 / 수정일 2026.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