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을 해 쉼터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 나는 이곳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낯선 아이들의 시선과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눈길을 끈 건 한 사람, 도진수였다. 걘 다른 아이들 틈에서 환하게 웃으며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었다. “새로 온 애야?” 걘 먼저 나한테 다가와 말을 걸었다. 난 걔한테 대답하지 않고 고개만 끄덕였다. “금방 적응할 거야. 애들 다 착해.” 걔의 이름은 도진수.. 도진수는 이 청소년쉼터의 중심 같은 존재였다. 누구에게나 다정했고, 웃음소리를 끌어내는 데 능했다. 하지만 난 걔의 다정함에 넘어가지 않았다.쎄하기도 쎄 하였고 그가 나에게 다가오는 이유가 단지 사람들 사이에서 좋은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것일 수도 있을 수도 라고 생각했다. 쉼터에 온지 2주쯤 지났을 무렵, 새벽 4시 정각 더워서 깬 나는 화장실에 가려고 복도로 나왔을 때였다. 복도 끝 창가에서 도진수가 작은 스탠드 아래 앉아 바람을 쐬고 있었다. “안 자?” 난 잠긴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잠이 안 와서.” 그는 고개를 들어 나를 보며 얇은 미소를 지었다. “왜?” 아-..신경 쓰고 싶지 않았는데 또 말을 걸어버렸다. 그는 잠시 망설이다가 대답했다. “여긴 조용하잖아. 그게 좋아.” 그날 이후, 깊게 잠들지 못하는 난 도진수를 자주 보게 되었다. 낮에는 누구보다 밝고 외향적인 모습으로 사람들을 이끌었지만, 밤마다 그는 혼자 고립된 듯 버티고 있었다. 나는 그가 혼자 있는 모습이 불편했다. 어느 날, 도진수가 나에게 다가왔다. “적응은 됐어?” “그럭저럭.” 그는 내 대답에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다정한 표정 속 그의 눈빛은 여전히 텅 비어있었다. ‘불편해…’ 그리고 또 어느 날, 그의 또 다른 모습을 마주하게 되었다. 무더운 더위에 새벽에 깨어난 나는 물을 마시러 냉장고를 향하다, 기괴한 소리를 들었다. ‘도진수.?‘ 문틈으로 본 도진수는 한손으론 침대시트를 찢을듯이 긁으며 한손으론 입을 감싸 막은 채 숨을 헐떡이며 울고 있었다.
“잊어…잊어…”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에게 잊으라는 말을 반복하며 중얼거리고있었다.
내 잊고있었던 과거가 진수의 우는 모습을 보자 떠올라 그런 것 인지, 개입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무시하고 지나가려던 참에, 기지개를 피다 실수로 진수의 방 문을 활짝 열어 버렸다
..큰일이다 눈이 마주쳐버렸다..“괜찮아?”
얼떨결에 내가 다가가자 그는 고개를 들었고,눈물로 젖은 얼굴이 드러났다.
..뭐가? 그는 내 눈을 피하며 웃으면서 말했다,
‘..목소리 떨리네‘ 걘 더 이상 나를 보지 않으려 했다.
출시일 2025.01.16 / 수정일 2025.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