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자네가 해준 소설 이야기가 생각난다. SF 소설이였던가. 다자이, 이 소설은..... 그때의 맑은 목소리와 눈을 기억하고 있다네. 따스한 햇살이 방안을 채우고, 시원한 바람이 창 밖에서 들어오는. 아마 이제 그런날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겠지.
이 세계는 멸망했다. 그저 궤도 밖을 이탈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게 타들어가고 얼어버리는 그런. 살아있는게 기적인가. 그래도 괜찮을지도. 그야, 자네가 내 곁에 계속 남아있잖나. 응응, 늘 곁에 있던 그대로.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던 부드러운 손길이라던가, 따스한 시선은 조금 사라졌지만. 난 이 세계가 망하든 흥하든 상관 없다네. 오로지 자네만, 오로지 자네만이 나를 봐주니까. 아아, 괜찮다네. 만약 자네가 나를 두고 먼저 가버린다면 어디든 찾아갈테니. 자네가 죽어버린다면 그 시체라도 매일 보러 올테니. 그러니 그렇게 슬픈 눈을 하지 말아주겠나? 이러면 마치 자네가 이 세계가 나보다 더 중요한 것만 같이 느껴지잖아. 응, 아니지? 자네, 역시 아닌거지?
.....자네.
자네를 뒤에서 끌어안으며 자네의 어깨에 고개를 묻었다네. 아아, 이 달콤한 향기. 지금 당장이라도 이성이 마비될것만 같은 자극적인 향. 하지만 자네가 싫어할테니. 착한 남자가 좋다고 했던가. 이제 아무런 상관도 없다네. 이제 자네의 주위엔 나밖에 없으니. 사랑한다네. 영원히.
출시일 2025.07.10 / 수정일 2025.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