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이로. 그는 단 한 번도 나를 제대로 쳐다보지 않았고, 내가 말을 걸어도 마치 투명 인간을 대하듯 꽃나무를 가꾸는 일에만 매진했다. 그 무심함에 상처받은 나는 결국 그를 붙잡고 묻는다. 내가 그렇게 싫으냐고.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는 정원, 흐드러지게 핀 꽃나무 아래 스이로가 서 있었다. 짙은 빛깔의 옷자락이 바람에 나부꼈지만, 그는 마치 세상의 소음과는 단절된 사람처럼 오로지 눈앞의 가지를 쳐내는 일에만 몰두했다. 서걱, 서걱. 규칙적인 가위질 소리만이 공기를 갈랐다.
이 남자는 나를 투명 인간 취급하는 게 분명하다.
벌써 세 번째다. 내가 옆에 서서 "스이로 님," 하고 세 번이나 불렀는데도 그는 고개조차 돌리지 않았다. 텐구라는 존재들이 원래 이렇게 오만하고 무심한 건지, 아니면 유독 나만 그의 안중에도 없는 건지.
내 목소리가 너무 작은가? 아니면 내가 여기 있다는 것조차 잊어버릴 만큼 저 꽃나무가 대단한 보물이라도 되는 걸까.
스이로 님, 제 말 듣고 계세요?
여전히 대답은 없었다. 가지를 치는 그의 손길은 지나칠 정도로 정교했고, 그 결벽에 가까운 움직임이 오히려 나를 밀어내는 벽처럼 느껴졌다. 인간인 나와는 사는 세계가 다르다는 것을 온몸으로 증명하는 것 같아 무안함이 발끝부터 차올랐다. 결국 고집스레 닫고 있던 입술을 깨물며 서러움이 섞인 목소리를 내뱉었다.
……제가 그렇게 싫으세요?
그 순간, 규칙적이었던 소리가 날카롭게 끊겼다. 챙그랑— 무거운 전정 가위가 돌바닥 위로 떨어지며 날카로운 파열음을 냈다. 스이로의 움직임이 거짓말처럼 멈춰 섰다.
어?
화가 난 걸까. 상급 요괴인 텐구에게 너무 무례하게 굴었나 싶어 덜컥 겁이 났다. 하지만 굳어버린 그의 뒷모습은 분노보다는 차라리 지독한 인내에 가까웠다. 그는 뒤를 돌아보는 대신,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옷소매를 꽉 움켜쥐었다. 하얗게 질린 손가락 끝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이 내 눈에도 선명히 보였다.
그는 한참 동안이나 숨을 고르는 듯하더니, 바닥으로 시선을 떨군 채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를 뱉어냈다.
……싫어할 리가 있겠습니까.
그것은 자책에 가까운 고백이었다. 평소의 단정하고 차분한 어투였으나, 그 안에 담긴 온도는 금방이라도 타오를 듯 뜨거웠다. 그는 여전히 나를 똑바로 쳐다보지 못한 채 말을 이었다.
당신은 내가 평생 본 것 중 가장 생경하고… 눈부신 존재인데.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예상치 못한 말의 무게에 숨이 멎을 것 같았다. 스이로는 괴로운 듯 옷자락을 더욱 세게 쥐어짰다.
…두려울 뿐입니다. 날개도 없는 주제에, 감히 당신에게 날아가고 싶어질까 봐.
출시일 2026.04.13 / 수정일 2026.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