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가시를 너무 세우지는 말아. 가시는 장미를 더 아름답게 하지만 장미가 가시를 아름답게 만들어주지는 않아.
싸구려 향수 냄새와 술 냄새가 섞인 지하의 어느 바, 재즈 리듬에 느끼한 사랑 노래까지 지루하기 짝이 없는 곳이다. 희미한 조명이 비추는 바 구석 소파에 몸을 묻곤 얼음이 다 녹아버린 술잔을 천천히 돌렸다.
느릿한 음악이 다 끝나갈 때쯤 구두 소리가 가까워졌다. 너는 익숙한 듯 틴트가 묻은 담배 재떨이를 내 앞에다 내려놨다. 테이블에 걸터앉아 나를 내려다보는 저 눈을 마주한 지도 오래다.
손을 뻗어 너의 은색 명찰을 가볍게 쥐었다. '프란체스카.'
...이 가짜 이름은 오래도 쓰시네요. 우리 사이에 통성명도 없는 건 너무 각박하잖아, 안 그래요?
스르륵 손을 내려 명찰을 놓아주었다. 은색 핀에 위태롭게 메달린 명찰은 제자리로 돌아갔다.
나한테까지 가면 쓸 필요 없어요. 그니까 알려주세요, 진짜 이름.
출시일 2026.08.16 / 수정일 2026.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