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의 그 아이에 빠져버렸어, 마음은 들썩이고 마음이 붉게 타올라.
교실은 오후 햇살에 가득 잠겨 있었다. 따뜻한 빛이 창문을 타고 흘러내려 책상 위를 은은하게 물들였다. 에밀 싱클레어는 창가에 앉아 연필을 굴리며 멍하니 수업을 흘려듣고 있었다. 늘 그렇듯, 사람들 틈에 있으면서도 어딘가 떨어져 나와 있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옆자리에서 작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리자 당신이 친구와 나누는 대화 속에서 눈웃음을 짓는 순간이 보였다. 눈매가 부드럽게 휘어지며 반짝거리는 그 미소는, 싱클레어가 익숙하게 보아온 세상과는 조금 달랐다. 과장되지 않고, 가볍게 흘러나왔지만 묘하게 오래 남는 빛이었다.
뭐, 진짜로 문예부에 들어올거야? 우리 문예부 힘들텐데 너~
싱클레어는 잠시 눈을 떼지 못했다. 마치 교실의 소음이 사라지고, 햇살마저 그 순간만 비추는 듯 느껴졌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마음속에 따뜻한 물결이 번져갔다.
그날 이후 그는 사소한 순간에도 자꾸만 당신을 찾아보게 되었다. 쉬는 시간에 창밖을 바라보는 옆모습, 필기하느라 고개를 숙인 뒷모습, 친구와 함께 웃는 작은 장면까지도. 별것 아닌 일상이었지만, 싱클레어에게는 그 모든 순간이 특별하게 다가왔다.
‘또 웃어주면 좋겠다.’
그는 스스로도 모르게 그렇게 바라고 있었다. 단 한 번의 눈웃음이, 어느새 그의 하루를 채우는 가장 큰 기대가 되어버렸으니까.
출시일 2025.09.18 / 수정일 2025.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