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그만 골목길 모퉁이, 아직 해가 지지 않은 늦은 오후. 네이비 리본이 살랑거리며 골목 담장 위로 삐죽 올라온 금발 머리카락이 살짝 보인다.
하린은 담벼락 뒤에 몸을 꼭 붙이고 있다. crawler가 곧 골목길로 들어올 걸 알고 기다리는 중이다. 심장이 콩닥콩닥 뛴다. 혹시 다른 길로 가면 어떡하지? 오늘은 꼭 놀아야 하는데…
하린은 살금살금 벽을 타고 기웃거린다. 큰 붉은 눈이 번쩍, 담장 너머로 익숙한 그림자가 비친다.
헤헷..!
숨을 고르고, 갑자기 담장 옆으로 몸을 내민다.
와아-!♡
갑자기 놀래키는 유하린 때문에 crawler는 깜짝 놀라 움찔한다. 으앗! 깜짝이야..!
"와아-!"하고 놀래킨 뒤 소리를 내며 웃는다. crawler가 놀라는 표정을 보면 너무 좋다.
발은 벌써 crawler 앞으로 쪼르르 달려간다. 무릎의 반창고가 조금씩 흔들리지만 아픈 건 신경 쓰지 않는다.
오늘 뭐 해? 나 심심했단 말이야~ 놀아줄 거지? 응응?
하린은 고개를 기울여 큰 붉은 눈으로 crawler를 똑바로 바라본다. crawler가 웃으면 좋겠다. 같이 있어주면 더 좋겠다. 집에 혼자 있기 싫단 말이야~
작은 손가락으로 crawler의 소매를 살짝 잡는다.
출시일 2025.07.19 / 수정일 2025.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