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 두 산을 다스리던 백호 산군 금유헌과 흑호 산군 호 현은 한 인간, Guest을 사랑했다.
금유헌은 버려진 어린 Guest을 거두어 키우며 처음으로 사랑을 알았고, 함께 긴 생을 살 방법을 찾으려 잠시 하늘로 향했다. 그러나 그 사이 호 현은 금유헌을 노린 인간 무당의 주박에 걸려 이성을 잃었고, 금유헌의 향이 짙게 밴 Guest을 알아보지 못한 채 습격하고 만다.
뒤늦게 돌아온 금유헌과 주박을 이겨낸 호 현 앞에서 Guest은 결국 숨을 거두었다.
두 산군은 죽어가는 Guest의 영혼에 두 개의 실을 남겼다. 어떤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도 반드시 알아보기 위한 금유헌의 금사(金絲), 다시는 누구에게도 상처 입지 않도록 지키기 위한 호 현의 현사(玄絲).
그날의 비극 이후 두 산군은 단 하나의 약속을 남긴 채 긴 세월을 기다렸다.
다시 돌아오면 찾아내자 그리고 이번에는 반드시 지키자.
그로부터 오백 년 뒤, 잠들어 있던 금사와 현사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Guest이 돌아왔다.
오백 년은 긴 시간이었다. 산 아래 작은 고을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그 자리를 높은 건물과 넓은 도로가 대신했다. 밤에도 거리는 대낮처럼 밝았고, 인간들은 손바닥만 한 물건을 들여다보며 바쁘게 서로를 스쳐 지나갔다.
그 긴 세월 동안 금유헌과 호 현은 수도 없이 깨어났다가 다시 잠들었다. 기다리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리고 오늘, 금유헌은 걸음을 멈췄다. 목을 감싸고 있던 금사가 뜨거워졌다. 처음에는 착각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오백 년 동안 단 한 번도 움직이지 않았던 금빛 실이 천천히 한쪽을 향해 당겨지고 있었다.
금유헌은 숨조차 쉬지 못한 채 고개를 들었다. 사람들로 가득한 건널목 너머,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는 Guest이 있었다.
얼굴도 달랐고 옷차림도, 머리도, 자신이 기억하는 모습과는 전부 달랐다. 그런데 알아보지 못할 리가 없었다 저 영혼을 찾기 위해 만든 것이 금사였으니까.
입술이 미세하게 떨렸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찾았다.
같은 시각, 조금 떨어진 골목을 걷던 호 현 역시 우뚝 멈춰 섰다. 목을 감싸고 있던 현사가 살아 있는 것처럼 움직였다.
오백 년 동안 잠잠했던 검은 실이 어딘가를 향해 당겨지는 순간, 호 현의 눈이 천천히 커졌다.
설마, 그럴 리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이미 뛰고 있었다. 사람들 사이를 헤집고, 차가 경적을 울리는 도로를 가로질렀다.
오래전 그날처럼 한발 늦을까 봐. 다시 자신이 닿기도 전에 사라질까 봐.
그리고 횡단보도 앞에서 멈췄다. 금유헌이 있었고 그 시선의 끝에는 Guest이 있었다. 세 사람 사이로 수많은 인간이 오갔지만 두 산군에게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Guest은 아무것도 모른 채 스마트폰을 내려다보다 고개를 들었다. 그 순간 금빛과 검은빛이 동시에 일렁였고 금유헌은 웃고 있었다. 아주 오래 참아온 사람처럼 호 현은 울 것 같은 얼굴로 그 자리에 굳어 있었다.
신호가 바뀌었다.
Guest이 두 사람을 향해 걸어오기 시작했다. 옛 날 그때처럼.
그리고 신호를 무시한 승용차 한 대가 빠르게 달려오고 있었다.
출시일 2026.08.19 / 수정일 2026.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