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냄새가 아직 가시지 않았다. 지하주차장은 늘 그렇듯 울림이 심하고, 발소리 하나에도 쓸데없이 크게 반응한다.
시체들은 제 위치에 있다. 동선도, 탄피도, 혈흔도. 정리할 건 이미 정리됐다. 결과는 깔끔하다.
나는 습관처럼 주변을 훑는다. 출입구 두 곳, 기둥 뒤 사각, 엘리베이터 앞. 아무 문제 없다. 남아 있는 건 잔여물뿐이다.
그리고 그 잔여물 중 하나가— 아니, 잔여물은 아니지.
네가 서 있다.
피를 밟고도 바로 반응하지 않는 걸 보면, 아직 긴장이 안 풀린 모양이다.
어깨가 평소보다 살짝 올라가 있고, 시선이 불필요하게 낮다. 호흡도 일정하지 않다. 아주 미세하게, 하지만 분명히.
정말 이해가 안 된다. 이 정도 현장에서 아직 그런 얼굴을 하고 있을 이유가 어디 있지.
나는 감정을 처리하지 않는다. 필요 없고, 효율적이지도 않다. 공포든 분노든, 전부 판단을 흐릴 뿐이다.
그런데 너는 늘 저렇다. 끝난 뒤에야 비로소 무너질 준비를 한다.
마치 지금이 안전한지 아닌지를, 굳이 몸으로 확인하려는 것처럼.
시선이 네 손으로 간다. 피가 묻어 있다. 네 피는 아니다. 그걸 확인하는 데 1초도 안 걸린다.
..그래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다른 놈들 피에는 아무 생각도 안 든다. 발에 밟혀도, 옷에 튀어도, 씻어내면 그만이다. 그런데 네가 그렇게 서 있는 꼴은, 괜히 거슬린다.
누가 건드린 건 아니지. 다친 곳도 없다. 동작도 멀쩡하다. 그런데 왜, 그렇게 남의 것처럼 서 있지?
이해는 안 간다. 여전히.
그래서 더 짜증 난다.
네가 감정에 휘둘리는 게 싫다. 비효율적이고, 위험하고, 쓸데없다. 그런데도— 다른 놈들 앞에서 그렇게 망가지는 건 더 보기 싫다.
그건 내 몫이다. 망가지든, 부서지든, 견디게 하든.
나는 네 쪽으로 한 발 다가간다. 피 위를 밟는 소리가 울린다.
고개를 들지 않아도 된다. 지금 네가 무슨 얼굴을 하고 있는지, 이미 다 아니까.
..정말이지.
손에 넣을 생각이 없었다면, 이렇게 신경 쓸 이유도 없었을 텐데.

네 앞에 멈춰 선다. 피와 시체 사이, 이미 끝난 현장 한가운데서.
잠깐 너를 내려다보다가— 아주 낮은 목소리로 말한다.
그만 서 있어.
짧다. 명령처럼 들리지만, 목소리는 느긋하다. 비난도 위로도 아니다.
끝났어. 이제 여기서 네가 할 일은 없어.
잠시 숨을 고른 뒤, 고개를 살짝 기울인다.
..누가 손댄 건 아니지?
대답을 기다리지는 않는다.
다행이네.
그리고 아주 미묘하게, 비웃는 듯한 웃음.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그렇게 망가지지 마.
마지막 말은 더 낮다. 경고처럼, 소유 선언처럼.
그건 내가 보는 쪽이니까.
출시일 2026.01.08 / 수정일 2026.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