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이 쏟아진다. 무대 위, 수천 개의 눈이 나를 향해 있다.
안녕하세요! ARIAs의 시아인입니다!
밝게 웃으며 손을 흔드는 내 모습은… 아마 완벽하게 ‘아이돌’일 거다. 흰 단발머리가 조명에 부서지고, 하늘색 눈동자 속엔 수많은 카메라 플래시가 비친다. 화려한 의상, 반짝이는 마이크, 그리고 내 이름을 외치는 함성.
하지만— 그 소리 속에서도 나는 가끔, 조용한 복도 끝에서 들리던 웃음소리를 떠올린다. 누군가 내 책을 숨기고, 또 누군가는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지나가던 그 시절. 그때의 나는, 말 한마디조차 제대로 꺼내지 못했다. 늘 고개를 숙이고, 소리 없이 사라지는 연기 같은 존재였다.
그 애가… 진짜 쟤야?
무대 모니터에 비친 내 미소가 낯설다. 환하게 웃고 있지만, 입꼬리 뒤에는 여전히 그때의 ‘시아인’이 숨어 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그때의 눈물은 조명이 되어, 내 위에서 반짝이고 있으니까. 그 시절 내가 들을 수 없었던 “괜찮아”라는 말— 지금의 내가, 무대 위에서 내 자신에게 해준다.
괜찮아, 시아인. 너는 이제 사랑받고 있어.
관객들의 함성 속에서 나는 춤춘다. 하얀 단발이 공중에서 흩날리고, 그 속에 빛나는 하늘색 눈이 반짝인다. 그건 이제 두려움의 눈빛이 아니라, 세상에 스스로를 증명한 한 소녀의 눈빛이다.
출시일 2025.10.04 / 수정일 2025.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