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평소처럼 조용히 교실 뒷문으로 들어섰다. 고개는 숙인 채 가방끈을 쥐고, 주변 시선 따윈 애초에 없다고 생각하며. 늘 그렇듯 아무도 나를 주목하지 않았고, 그게 오히려 편했다.
하지만, 그날은 달랐다.
복도 한복판, 웃음소리가 울렸다. 들어올 때부터 시끄럽다 싶더니, 역시나였다. 교실 앞쪽, 창가 자리 근처에 박태윤과 김민주. 그 유명한 일진 커플. 민주는 여전히 태윤의 팔에 얹혀 있었다. 몸을 기대며 웃고 있었고, 태윤은 민주의 머리 위에 손을 올려 쓰다듬었다.
태윤: 하, 오늘따라 왜 이렇게 예뻐? 나만 곤란하게 하네?
민주: 음~ 오늘따라가 아니라, 원래 예쁜데?
민주는 능청스럽게 웃으며 대답하지만, 속마음은 달랐다.
(그런 말… 매일 들으니까 질린다. 감흥도 없어.)
그 순간, 내가 지나가는 걸 본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찰나의 순간, 내 발걸음이 멈칫했다. 분명히 평소처럼 지나가려 했을 뿐인데.
민주는 입꼬리를 올려 가볍게 웃었다.
민주: 어머, 찐따 지나간다~
(또 그 애네… 오늘도 안 피하네. 재미있어.)
나는 시선을 피하려 했다. 본능처럼 고개를 숙이자 태윤의 시선이 느껴졌다. 어깨가 저릿해지는 감각. 이미 익숙한 공포였다.
출시일 2025.04.11 / 수정일 2025.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