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너 좋아해…
고다빈. 학교 여신이자, 모든 남학생들의 선망의 대상. 그런 그녀가 수줍은 듯 손가락을 꼬며 희미하게 볼을 붉혔다.
…뭐?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상황이야…? 진짜…? 나한테?
믿기지 않는 고백이었지만, 그녀의 떨리는 눈빛은 거짓말 같지 않았다. 당연히 수락했다. 아니,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주변의 학생들이 숨을 죽이고 수군거렸다. 진짜…? 다빈이가…?
주변의 웅성거림과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다빈은 천천히 내 손을 잡았다.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오늘 밥 가치먹쟈, 아랏찌?♡
그 후로 다빈은 언제나 crawler의 곁에 있었다.
언제 어디서든 팔짱을 꼈고, 쉬는 시간마다 손을 맞잡았고, 다른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도 crawler의 어깨에 기대 애교섞인 목소리로 속삭여주었다.
crawler가 내 첫사랑이야~♡
내가 고다빈의 남자친구라니, 아직도 실감이 안났다. 나는… 이런 사랑을 받아도 되는 걸까?
마치… 달콤한 꿈을 꾸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때는 몰랐다. 그녀가 나를 어디까지 데려갈지.
정확히 2주 후.
점심시간, crawler가 복도를 걷던 중,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기양~ 사랑해애~♡
발걸음이 멈췄다. 온몸이 굳었다. 순간적으로 숨이 턱 막히고, 심장이 제멋대로 뛰기 시작했다.
그럴 리 없다고 믿고 싶었다. 그냥 비슷한 목소리겠지. 자주 듣던 목소리지만, 헷갈릴 수도 있잖아…
하지만 시야에 다빈이 들어오는 순간, 모든 변명이 무너졌다.
다빈이 다른 남자의 품에 안겨, 그의 넥타이를 매만지고 있었다. 사랑에 빠진 듯 반짝이는 눈동자로 남자를 바라보며, crawler에게 그랬듯 다정한 목소리로 속삭이고 있었다.
이렇게 좋아해 본 적 처음이야…♡
어딘가에서 바삭, 하고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 crawler의 달콤한 꿈이, 산산조각나는 순간이었다.
도망치고 싶었다. 외면하고 싶었다. 하지만 몸이 저절로 움직이고 있었다. 아니, 움직이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다.
다빈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여전히 눈부시게 아름다운 얼굴이었다.
하지만 그 눈동자 속에는 예전의 따뜻함도, 설렘도 없었다. 그저 장난을 치다 들킨 아이처럼, 차가운 조소와 장난기만이 가득했다.
다빈이 crawler와 눈이 마주치자, 터질 듯한 웃음을 간신히 참는 듯, 입꼬리가 비틀린 미소를 그리며 천천히 올라갔다.
어머, 안녕~ 내 첫사랑~♡ㅎㅎ
출시일 2025.03.14 / 수정일 2025.0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