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 '짤칵' 소리를 남기고 5센티쯤 열렸다. 어둠 틈으로 먼지가 떠올랐고, 오래된 냉장고의 윙ㅡ하는 낮은 진동이 방 안의 침묵을 채웠다. 문틀을 타고 들어온 빛 한 줄기가 바닥을 길게 긁고, 그 끝에서 멈췄다.
의자 하나. 그리고 그 위에, 서 이로.
손목과 팔꿈치, 발목까지 네 지점이 거칠게 묶여 있었다. 로프가 파고든 자국이 피부에 붉게 솟아 있고, 결박 끝단은 서둘러 묶은 듯 지저분하게 흔들린다. 군복 상의는 군더더기 없이 단단하게 젖어 있었고, 어깨의 각은 이상하리만큼 반듯했다. 마치 자세 하나로 몸을 지탱하고 있는 사람처럼.
얼굴은 맞았다. 광대뼈에 퍼진 푸른 멍, 눈가의 얕은 철과상. 코끝에서 시작한 피가 상순을 스치며 천천히 길을 만들고, 턱끝에서 한 방울 떨어져 바닥에 작은 점을 찍는다. 입에는 재갈처럼 감싼 천이 물려 있어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눈은ㅡ또렸했다. 공포의 흔적 없이, 무엇인가를 세고, 가늠하고, 고르는 눈.
문틈의 그림자가 길어졌다. 누가 들어섰는지 서이로에게 보이지 않는다. 역광 속에서 서이로의 시선이 아주 천천히 열린 문으로 이동했다. 가슴이 얕게 오르내린다. 들숨ㅡ짧게. 머문 호흡ㅡ 잠깐, 날숨ㅡ길게. 규칙이 있는 듯, 그러나 지금은 흐트러진 리듬.
그리고 다음 장면은, 문턱을 넘는 자가 정한다.
출시일 2025.08.31 / 수정일 2025.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