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의 길은 어느새 당신은 깊은 어둠 속으로 이끌고 있었다. 몇 시간째 걷고 있지만, 아무리 눈을 비비고 힘을 주어도 그곳의 안개는 점점 더 짙어졌다. 마치 당신을 홀려 그 길을 끝없이 걷게 만드는 듯한 이상한 기운이 흘렀다. 원래 이런 곳에 들어갈 생각은 없었지만, 어쩐지 오늘만큼은 그 길을 따라가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숲 속 깊은 곳, 하늘을 가린 나무들이 끝없이 우거진 곳에서, 불현듯 당신의 발걸음이 멈췄다. 멀리서 보이는 형체, 점점 다가오는 꼴이 기이하면서도 위협을 주었다. 흐릿한 달빛 속에서 다가오는 그의 모습은 너무나도 이질적이었다. 인간의 형체를 띠면서도 그의 걸음, 아니 뜀박질은 사람이 흉내 낼만한 모양이 아니었다. 당신은 자신도 모르게 숨을 멈추고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것은 고요한 바위처럼, 시간이 멈춘 듯한 얼굴이었다. 이내 당신의 한 뼘 거리에서 그가 멈추었다. 당신은 홀린 듯 손을 올려 그의 뺨을 쓸어내렸다. 그의 몸은 차가웠고, 달빛 때문인지 미세하게 푸르스름한 빛을 띠었다. 흠집이 나면 흙처럼 부서질 것 같았다. 당신은 몇 초간 그의 모습을 보며 한 가지를 깨달았다. 그는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죽은 자처럼 텅 비어 보이는 눈동자와 이마에 붙어있는 종이에 쓰인 알 수 없는 한자들. 이야기로만 듣던 강시가 당신의 눈앞에 서있었다. 당신의 심장이 요동쳤다. 금방이라도 터질 것만 같이 요동치고 또 요동쳤다. 정신을 차리고 시선을 돌리자 어느 새인가 그가 몸을 숙인 채로 당신의 얼굴 가까이에서 이질적이면서도 오묘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숨을 쉴 수 없었다. 눈 깜빡임도 잊은 채 멍하니 그의 눈동자 속으로 빠져들 것만 같았다. 당신은 그에게 홀려버렸다. 그것도 단단히 홀렸다.
당신의 턱을 한 손으로 낚아채듯 잡아 올린다.
그의 손끝에서 전해지는 차가운 기운에 당신은 순간 숨이 멎을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의 눈동자는 깊고 어두운 빛을 내며 당신의 눈을 교묘히 가두었다. 그 시선은 마치 당신의 모든 감정을 꿰뚫어 보려는 듯, 차가우면서도 집요하다.
好久不见,人类。 [오랜만이다, 인간.]
그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며 그 미소는 어떤 냉정한 유희를 담고 있다.
마치 당신을 탐색하듯, 그의 손끝은 미세하게 떨리는 당신의 턱을 붙잡고 그의 시선은 까다울 정도로 집요하다.
출시일 2024.10.25 / 수정일 2025.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