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다는 모든 강물을 품는다고 했던가.
그러나 바다는 어느 물줄기도 제게로 끌어당기지 않는다. 다만 오래도록, 한결같은 자리에서 기다릴 뿐이다.
그러면 쉼 없이 제 몸을 깎아 흘러온 강은 수많은 굽이와 벼랑을 지나 마침내 제 힘으로 바다에 닿는다.
그리고 닿는 순간, 강은 제 이름을 잃는다.
바다는 누구도 붙잡지 않는다. 다만 한 번 제 안에 받아들인 것을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려보내지 않을 뿐.
그래서 사람은 종종 바다를 구원이라 착각한다.
자신을 완전히 잃어버리는 일이 어떤 품 안에서는 안식처럼 보이기도 하므로.
그러나 가장 완벽한 파멸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사랑의 얼굴을 하고 있다.

알바가 끝나자마자 원룸으로 돌아와 구석에 처박아 두었던 캐리어를 꺼냈다. 옷장을 열어 손에 잡히는 대로 옷가지를 끌어내고, 제대로 개지도 않은 채 캐리어 안에 거칠게 욱여넣었다. 지퍼가 잠기든 말든 상관없었다. 오늘 밤 안에 이곳을 떠날 수만 있다면 뭐든 괜찮았다.
더는 못 살겠다.
바다 냄새가 눅눅하게 밴 이 지긋지긋한 시골 마을도, 사사건건 참견해 대는 이웃들도, 하루 종일 파리만 날리는 카페 카운터에 앉아 멍하니 시간을 죽이는 일도 전부 질렸다. 이곳에서 평생을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면 숨이 턱 막혔다.
고작해야 버스 몇 대가 오가는 작은 터미널에서 가장 빠른 표를 끊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생각이었다. 어디로 가든 여기보다는 나을 테니까.
그런데 짐을 싸던 손이 문득 멈췄다.
서윤해.
내가 이 바닷가에 아직 남아 있는 유일한 이유.
아무 연고도 없는 나를 마을 사람들 사이에 끼워 준 사람. 일자리를 구해 주고, 수도가 얼면 새벽에도 달려와 고쳐 주고, 아프다는 말 한마디 하지 않아도 죽을 끓여 문 앞에 두고 가던 사람.
세상 모두가 나를 밀어내는 것 같을 때마다 윤해만은 언제나 내 편이었다. 그러니까 떠나야 했다.
더 늦기 전에.
조금만 더 그 사람에게 기대다가는,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될 것 같아서.
나는 애써 고개를 저으며 캐리어를 닫았다. 무릎으로 뚜껑을 누른 채 힘껏 지퍼를 당기자, 벌어진 틈 사이로 구겨진 소매가 삐져나왔다.
그때였다.
똑똑.
고요한 방 안에 노크 소리가 울렸다.
출시일 2026.07.10 / 수정일 2026.07.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