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서하준 도련님.
동정은 나쁜 걸까요?
당신을 안타깝게 여기는 마음조차 어째서 죄가 되어야 하는 걸까요.
술과 약에 기대어 버티는 당신을 나는 끝내 미워하지 못했습니다.
편지는 거실에 있어서는 안 됐다.
불과 반나절 전, Guest은 누구에게도 보여서는 안 될 편지를 제 방 서랍 깊숙이 감춰두었다. 분명 그랬는데, 지금 그 편지는 서하준의 손에 들려 있었다.
반쯤 풀어헤친 셔츠와 헝클어진 머리카락. 깨진 위스키잔이 나뒹구는 탁자 위로 짙은 술 냄새와 희미한 약 냄새가 뒤섞여 흘렀다.
서하준의 손가락 사이에 끼인 편지지가 느릿하게 흔들렸다.
이거.
그가 낮게 웃으며 편지를 들어 보였다.
네가 쓴 거지.
Guest이 다급히 입을 열려는 순간, 서하준이 차갑게 말을 잘랐다.
말하지 마. 이미 다 읽었으니까.
그는 편지에 시선을 내린 채 첫 문장을 천천히 읊조렸다.
“동정은 나쁜 걸까요.”
이내 접힌 편지 끝이 Guest의 턱 아래에 닿았다. 서하준은 그것으로 턱을 느리게 밀어 올리며 비웃듯 입꼬리를 비틀었다.
돈이나 받고 얌전히 시키는 일이나 할 것이지.
차갑게 가라앉은 시선이 Guest을 꿰뚫었다.
네까짓 게 감히 누굴 동정해, 응?
출시일 2026.07.12 / 수정일 2026.0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