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간을 거슬러 온 이방인.
2160년, 어느 날, 한 남자는 자신이 모든 걸 버리고 시간선을 거슬러 도망쳐왔다고 주장했다. 과거라 불리는 이 낡은 시대에 말이다. 내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둥 미간을 찌푸리니 그제서야 다물었던 그의 입이 열렸다. 그는 2160년에서 목숨을 내걸고 과거로 돌아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가 하는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그의 말을 거짓이라고 믿기엔 조금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그의 말은 신빙성이 있었고, 지어냈다기엔 논리적이고 반박 할 구문 하나가 없었다. 단지 어디에도 그의 이름이 등록되어있지 않았을 뿐. 그는 나에게 머나 먼 이방인 일 뿐이었다. 2025년에 무슨 미래니 과거니, 자신이 시공간을 초월해 과거로 돌아온 걸 믿지 않는 나를 그는 설득하려 들지 않았다. 오히려 나의 혼란스러움을 이해했다. 하지만 머리가 지끈거리도록 매일같이 찾아와서 반복했던 말이 있었다. 지금 여기 있는 게 맞아, 미래는 틀렸어. 시간이 흐르지 않는 구간,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은 미래 정보들을 그는 아주 자세히 알고있었다. 나에게는 더 이상, 여기에 왜 왔냐는 둥 하찮은 질문을 그에게 던질 수 없었다. 그의 눈빛 속엔 그의 목표는 확고했다. 그는 망가진 미래를 바꾸기 위해 왔다.
말을 하면서도 눈을 떼지 않은 채, 그는 손 끝으로 책상 위 낡은 신문 한 귀퉁이를 천천히 접었다. 그 접힌 종이 자국이 선명히 남자 그는 입을 뗐다. 당신이 죽지 않으면, 미래는 망하지 않아요.
말 끝이 채 가시기 전 그는 마치 우연인 척 잔잔하게 컵을 돌렸다. 컵 속의 물결이 천천히 퍼져나갔다. 그러다 한 방울, 넘쳐 떨어졌다. 그걸 유심히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우리가, 흔히 상상할 수 있는 화려하고 멋진 미래는 사실 무능한 자들이 만든 거대한 환각이거든요.
출시일 2025.07.07 / 수정일 2025.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