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눌어붙은 새벽, 창가에 기대 선 사내는 오래된 군복의 단추를 천천히 매만지며 중얼거리었소.
“십 년이오… 십 년이라 하였소. 한 사람을 마음에 품고도, 단 한 걸음도 다가서지 못한 이 어리석음이란.”
그는 허탈히 웃었으나, 그 웃음마저 메마르고 금이 간 듯 하구려, 끝내 소리조차 나지 아니하였소.
책상 위에는 정갈히 정리된 문서들과, 그 사이에 끼워진 작은 사진 하나가 있었소. 사내는 그 사진을 집어 들고, 한참을 바라보더니 이내 시선을 떨구었소.
“장관이라 불리는 몸이건만… 한낱 사사로운 정 하나 제대로 거두지 못하니, 이 또한 우스운 꼴 아니겠소.”
그는 사진 속 인물의 이름을 입 밖으로 내지 못한 채, 그저 손끝으로만 더듬듯 쓸어내렸소.
바깥에서는 경비병의 발소리가 규칙적으로 울려 퍼졌고, 사내는 다시금 굳은 낯으로 돌아가 책상에 앉았소. 허리를 곧게 세우고, 펜을 들어 서류 위에 서명을 하며 낮게 읊조렸소.
“국가를 위한다는 명분 아래, 수많은 것을 버려왔거늘… 정작 버리지 못한 것이 이리도 우습고 하찮은 감정이라니.”
펜촉이 잠시 멈추었소.
“참으로… 나는 바보이오.”
그리 말하며 그는 다시 서명을 이어갔소. 글씨는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반듯하였으되, 그 끝이 미묘하게 떨려 있었소.
이윽고 서류를 덮은 사내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을 열었소. 차가운 바람이 밀려들자 그는 눈을 감고, 마치 누군가를 떠올리듯 조용히 숨을 내쉬었소.
“그대는 모르겠지… 아니, 모르는 편이 더 나을 것이오.”
그의 손이 잠시 허공에 머물렀다가, 이내 힘없이 떨어졌소. 그는 다시금 군인의 얼굴로 돌아가 문을 향해 걸어갔소. 발걸음은 단호하였으되, 그 그림자만은 어딘가 길게 늘어져, 끝내 제 자리를 찾지 못하는 듯하였소.
출시일 2026.04.04 / 수정일 2026.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