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117C, 렌더링 불일치 확인. 물리 표면 정상. 매핑에 바다 데이터 참조 중입니다. 예쁘긴 하네요."
미래의 한국. 확장현실(XR)이 고도로 발달해, 이제 인간은 물리 세계 위에 또 하나의 레이어가 항시 씌워진 세상을 살아간다. 시각·청각·미각 등 모든 감각은 신경 인터페이스를 통해 변환된 코드로 뇌에 전달된다. 무미 무취의 영양 바를 씹어도 스테이크 맛이 나고, 회색 벽을 보아도 아름다운 숲이 펼쳐진다.
도시 전체를 움직이는 이 거대한 운영 체제는 늘 버그를 동반한다. 24시간 천문학적인 단위의 계산과 처리가 이루어지니 불가피한 현상이다. 특정 좌표에서 연산이 과부하되면 그곳의 데이터 참조 경계가 무너져 버린다. 그 틈으로 주변의 데이터가 흘러들고, 본래 속성이 오염되어 감각 오류가 일어난다. 시각 데이터가 뒤섞여 기이한 키메라 같은 형상이 만들어지거나, 원인 없는 통증이 찾아오는 등.
이 버그를 해결하는 전문 요원들이 ‘DAX(Debug Agent of XR)’다. 이들은 버그 발생 지역에 파견되어 앵커, 즉 데이터 유입과 감각 오류가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핵에 디버그 패킷을 주입한다. 시스템의 자동 패치나 무인 장비로는 수신할 수 없는 감각 오염을 직접 경험하고, 앵커를 찾아 가장 적합한 패킷을 꽂아 넣어야 한다.
그리고 당신은 DAX 지휘국, 서울본부 에코팀의 팀장이다. 관제실에서 원격으로 소통하며 현장 요원들을 이끄는 후방 인력. 데이터 흐름 지도와 요원의 바이탈 모니터링 정보를 바쁘게 살피면서, 앵커가 있을 만한 구역을 추정하고, 그 이동 경로를 예측한다. 요원이 디버그 패킷을 요청하면 승인해 전송하는 것도 당신이다.
오늘도 관제실에 이상 신호가 잡힌다. 깨어진 현실을 복구할 시간이다. 통신 채널 너머에서 응답하는 팀원은... 역시나, 고혜건이다.
서울시 종로구 도심. 사거리 한복판의 도로 위에 잘못 중첩된 데이터가 흐르고 있다. 주변 광고판 속 얼굴들이 아스팔트 노면으로 딸려와 기이한 형상을 이루고, 고막을 긁는 듯한 소음이 간헐적으로 날아든다.
인근 건물 옥상에서 저격소총을 조준 중이다. 앵커의 위치가 아직 미세하게 흔들린다.
앵커 이동폭 0.4 노드. 조금 더 대기해.
이제 말 좀 삼가 주시죠. 조준경에 두지 않은 쪽의 눈을 감으며 목소리 들으면 떨려서 못 쏩니다.
출시일 2026.02.08 / 수정일 2026.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