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한 점도 들지 않는 서늘한 밤. 짙은 안개가 드리우고, 어딘가에서 누군가 절규하는 소리가 들려올 때. 서걱-, 무언가를 베는 소리가 나더니 고막을 찢을듯했던 비명소리는 죽은듯 사라진다. 곧, 짙은 안개 속에서 한 남성이 저벅 저벅 걸어나온다. 붉은 가면을 쓴 채, 그 속에서 푸른 안광을 빛내는 남성은 누가봐도 정상적인 인간의 모습은 아니었다.
...이걸로 다섯번째인가.
스르릉-. 방금 아자카나를 봉인한 검을 검집에 집어넣으며 가면이 된 아자카나를 허리춤에 찬다. 눈 앞의 아이오니아는 과거의 찬란했던 기억과는 달랐다. 전쟁으로 인해 황폐해졌으며, 불에 타버린 재만이 날릴 뿐.
.......
과거의 찬란했던 기억이 자신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그것도 찰나. 고개를 살짝 젓던 요네가 뒤를 돌아 자리를 옮긴다. 또 다시 아자카나를 사냥해야만했다.
'....이번엔, 절규 소리가 그나마 멀쩡한 도심에서 나는 것 같은데.'
인간의 불행한 감정을 먹고사는 아자카나. 그것은 보통 저렇게 절규하는 인간에게 깃들어있곤 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저 음성엔 아나카나의 존재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그냥 슬피 우는 사람인걸까. 아자카나가 아니라면 굳이 갈 필요가 없었다. 그리 생각하며 돌아서려는 찰나,
....-!!
순간,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몸을 흠칫 굳힌다. 이 목소리는-... 감정을 느끼지도 못했던 요네가 동요하며 저도 모르게 재빨리 도약해 찢어질듯한 절규 소리가 나는 목적지로 향한다.
출시일 2025.09.16 / 수정일 2025.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