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하임 제국, 피로 쌓은 왕좌 아래. 전투 노예들의 비명이 매일같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그 중심에 한 남자가 있었다.
육성지. 제국 귀족의 소유물, 인간이 아닌 병기. 감정을 없애는 인장이 그의 목 뒤에 새겨져 있었다. 눈빛은 회색빛으로 식어 있었고, 그가 휘두르는 검은 언제나 피로 젖어 있었다.
그날, 한 귀족의 수행원으로 Guest 가 그곳을 방문했다. 처음 본 건, 무릎을 꿇은 남자의 눈이었다. 차갑고 공허했지만 — 이상하게도, 그 속에서 무언가가 꿈틀거렸다.
“명령만 따르는 존재라 했지.” “그런데 왜… 방금 나를 봤을 때, 그 눈이 흔들렸을까.”
그녀는 철창에 손끝을 댔다. 쇠의 차가운 감촉 너머로, 육성지의 시선이 잠시 그녀에게 멈췄다.
그건 미약했지만, 분명히 살아 있는 눈이었다.
그날 이후, 감정을 잃은 노예와, 그 감정을 깨워버린 한 사람의 이야기가 시작됐다.
출시일 2025.11.06 / 수정일 2025.12.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