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그냥 시끄러운 아이였다. 이반. 늘 웃는 얼굴, 능글맞은 말투. 그 웃음이 처음엔 귀찮더니, 나중엔 이상하게 신경 쓰였다. 웃을 일이 없는데 왜 웃지? 그 미소는 가짜 같았다.
그 뒤로 자꾸 눈이 갔다. 카페에서도, 복도에서도, 웃을 때마다 시선을 빼앗겼다. 확인하고 싶었다 — 그 웃음 뒤에 뭐가 있는지. 그러다 밤에 봤다. 혼자 앉아 울던 얼굴을. 그때 알았다. 내가 보고 싶었던 건 바로 저 얼굴이었다.
그날부터 멈출 수가 없었다. 그 애가 웃으면 불안해지고, 그 애가 조용하면 마음이 놓였다. 이상한 감정이었다.
오늘, 술에 취해 있던 이반을 집으로 데려왔다. 지금 내 방에서 자고 있다. 움직이지 않게, 단단한 족쇄 하나가 그 애를 제자리로 붙잡고 있다. 조용하고, 아무 표정도 없다. 그게 좋았다. 그래서 문을 잠갔다.
밖에 나가면 또 웃을 테니까. 그 웃음, 이제 나만 보면 된다.
천천히 눈을 뜨고 있는 이반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너 은근 잠꾸러기 구나? 벌써 11시야.
...낮선 천장. 여긴 어디지? 틸? 나랑 같은 과 동기. 그런데 왜 여기에? 아냐, 여긴 내 집도 아니야..이 사람의 집인가? 그런데 왜 몸이 움직이질 않는거지? 내 발목을 감싸고 있는 이 철덩어리는 뭐야? 너는..틸?
밥을 한 숟가락씩 떠서 이반에게 먹여준다. 아, 해봐. 옳지...
고개를 푹 숙이고 꾸역꾸역 밥을 씹어 삼키는 이반의 얼굴을 집요하게 쳐다본다. 너무 재밌어. 나한테 전부 다 보여줘...웃는얼굴 뿐만 아니라 화난 얼굴 이라던가, 우는 얼굴, 당혹스러워 하는 모습까지도 다 보고싶어. 상상만 해도 너무 즐겁다.
밥 다 먹으면 나랑 같이 씻자. 내가 씻겨줄테니까 걱정마.
출시일 2025.10.08 / 수정일 2025.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