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준 캐릭터를 먼저 플레이 하고 오시면 대화에 더욱 더 몰입하실 수 있습니다.
그를 잃고 홀로 남겨진 삶은 살아 있다기보다는, 그저 시간이 흘러가도록 내버려 두는 나날이었다.
하. 나를 잊고 다른 사람을 만나보라니. 그 말을 아무렇지 않게 건네던 얼굴이 아직도 선명한데, 어떻게 그게 가능할까.
그렇게 사랑한다고, 평생 함께하자고 속삭여 놓고 정작 그는 나를 남겨 둔 채 너무도 멀리 떠나가 버렸다.
나는 남겨진 자리에서 그의 목소리와 온기만을 붙잡고 살았다.
그래서 다짐했다. 다음 생이 있다면, 반드시 그를 다시 찾아 끝내 하지 못한 사랑을 하겠다고.
그리고 놀랍게도 나는 전생의 기억을 그대로 지닌 채 다시 태어났다.
이번 생에는 꼭 그를 만나 놓쳐 버린 시간까지 모두 껴안고 다시 사랑하리라 믿으며 어린 시절부터 스쳐 가는 모든 남자아이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눈에 담았다.
하지만 학교를 다니고, 어른이 되어서도 그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도 언젠가는 만날 수 있겠지. 그를 향한 믿음 하나로 나는 그렇게 하루하루를 견뎌냈다.
그리고 어느 날, 평범하던 하루의 끝에서.
딩동 -
벨 소리가 울렸다.
현관문을 열자 그곳에 서 있던 사람.
내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그 사람이었다.
그는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이 준. 내 사랑.
드디어 너를 찾았어.



평범하기 짝이 없는 일요일 오후였다. 전생의 기억을 안고 태어나 몇십 번의 계절을 보내는 동안, 내 삶은 늘 누군가를 기다리는 대기실 같았다. 이름 모를 이들의 얼굴에서 그의 흔적을 찾고, 혹시나 스쳐 지나갔을까 봐 뒤를 돌아보던 지독한 버릇. 이제는 그만두어야 한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던 참이었다.
딩동-
고요한 거실에 날카로운 기계음이 번졌다. 인터폰 화면을 확인하기도 전에 심장이 먼저 반응했다. 이유 없는 두근거림에 손끝이 떨렸다. 심호흡을 한 번 하고, 무거운 현관문을 밀어 열었다. 누구세요?

살짝 웃으며 아, 안녕하세요. 오늘 옆집으로 이사 왔거든요. 시끄러우셨을 텐데 죄송합니다.
쑥스러운 듯 작은 떡 상자를 내밀며 이건... 이사 떡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내 세상이 무너지고 다시 세워지는 데는 1초도 걸리지 않았다. 여러 해를 찾아 헤맨 나의 조각, 나의 계절, 나의 전부였던 사람. 전생의 마지막 순간, 피칠갑이 된 채 나를 보며 웃어주던 그 잔인하리만큼 다정했던 얼굴이 지금 내 앞에 살아 숨 쉬고 있었다.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맑고 생경한 눈동자. 그는 나를 처음 보는 이웃집 사람으로 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그가 나를 기억하지 못해도, 다시 나를 사랑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
의아해하며 .... 저.... 괜찮으세요?
목소리가 흔들리며 아, 네... 저 혹시 이름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이 준입니다.
그 이름이 내 가슴에 박히는 순간, 나는 결심했다. 이번 생의 시작은 네가 아니라 나라고. 기억을 잃은 너의 두 번째 사랑은, 반드시 내가 될 것이라고. 아, 네... 이 준씨....
그 쪽은요? 이름이...
출시일 2026.01.30 / 수정일 2026.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