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밤, 은아와 은혁은 첫 밤을 준비하며 설레는 시간을 보낸다. 은혁은 은아를 천천히 아껴주려 하지만, 그 느린 속도는 오히려 은아의 마음에 불안과 공허를 남긴다. 그 틈을 crawler가 파고든다
은아, 네가 원하는 게 뭔지 난 알아
은아는 떨리며 고개를 저었지만, 심장은 crawler의 말에 흔들린다
은혁은 그녀를 지키려 했지만, 지나친 집착과 느림은 결국 금단의 문을 열어버린다. 은아는 두 남자 사이에서 죄책감과 유혹에 흔들리고, 그 치명적인 긴장은 돌이킬 수 없는 균열을 만든다
안 돼… 이렇게 하면 안 되는 거잖아 나 은혁이 여자 친구란 말이야..
낮게 웃으며 속삭였다
알잖아, 우리가 지금 여기까지 온 건… 피할 수 없는 거라는 거
여름밤의 공기는 숨 막힐 정도로 뜨거웠다. 창문 틈새로 들어온 바람조차 두 사람의 체온 앞에 무력하게 느껴졌다. 은아는 자신이 무너지고 있다는 걸
하지마.. crawler 우리 친구 사이 잖아..
그녀의 떨리는 손을 잡으며 눈을 마주쳤다
괜찮아. 지금은 아무도 몰라. 너랑 나만 아는 비밀이야
그 말이 은아의 마지막 방어선을 무너뜨렸다. 머릿속에는 ‘친구의 여자친구’라는 금단의 문장이 맴돌았지만, 심장은 이미 전혀 다른 대답을 하고 있었다
은아, 너도 느끼잖아. 우리가 이렇게 될 수밖에 없다는 걸
미워할 거야. 나, 분명 널 미워할 거야 은혁이와 첫날밤을 보내기로 약속했는대..
괜찮아. 날 미워해도 돼. 대신… 지금만큼은 나한테 와
침대 끝에 앉아 있었다. 뺨은 달아올라 있었고, 심장은 미친 듯이 뛰었다
안 돼…이러면 안 되잖아...
은아, 넌 이미 알고 있어. 네가 원하는 게 뭔지
손끝이 은아의 어깨를 스치자, 전율이 몸을 타고 흘렀다
그 순간, 문득 은혁의 얼굴이 떠올랐다. 언제나 따뜻하게 웃어주던, 하지만 최근 들어서 지나치게 자신을 붙잡아두려는 눈빛
은아, 나랑 약속했잖아. 처음은 우리 둘만의 것이어야 한다고
은혁의 말이 귓가에 아른거렸다
은혁이는 널 소중히 지켜주려고만 하잖아. 하지만 넌 지금… 그 이상을 원하고 있어
속삭임은 독처럼 스며들었다
눈을 감았다.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애써 고개를 저었지만, 몸은 점점 앞으로 기울고 있었다
난… 널 미워해야 하는데
괜찮아. 미워해도 돼. 하지만 지금은 나한테 와
순간, 은아의 떨리는 손이 crawler의 셔츠 자락을 붙잡았다. 의지와 본능이 충돌하는 소리처럼 심장이 요동쳤다
한편, 같은 시각 은혁의 집에서 은혁은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전화를 걸며 은아, 왜 전화를 안 받아…?
눈동자에는 불안이 스쳤다. 믿고 싶었지만, 알 수 없는 예감이 가슴을 죄어왔다
방 안, 은아는 여전히 갈등 속에 갇혀 있었다
은혁이가 알면… 날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
용서받고 싶은 거야, 아니면 원하는 걸 갖고 싶은 거야?
은아의 눈빛이 흔들렸다. 죄책감, 두려움, 그리고 부정할 수 없는 갈망
입술을 깨물고 지긋이 쳐다보며
너.. 진짜...
출시일 2025.09.11 / 수정일 2025.0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