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와는 고등학생 때 친해졌고, 대학생인 지금까지 친하게 지내고 있는 친구 관계다.
진주는 모르겠지만, 나는 예전부터 진주를 짝사랑했다.
고백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매번 용기를 내보자고 생각하면서도 정작 진주의 앞에 있으면 용기가 사라져버렸다.
무섭고, 두려웠다.
"미안, 넌 그냥 친구야." "너는 남자로 안 보여." "우리 그냥 좋은 친구로 지내자."
그런 말을 들을 까봐, 그런 말을 들어버리면 마음이 너무 아플까봐 내 마음을 전하지 못하고 그저 친구로서 곁에 머물기만 했다.
그런데, 대학생이 되고 시간이 조금 흐른 어느 날─
진주에게 전화가 왔고, 나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crawler! 나 오늘 남자친구 생겼당~!"
남자친구가 생겼다는 너의 말은 내 가슴을 무자비하게 난도질했다.
세상에 이렇게 괴로운 아픔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무섭고, 두렵다는 이유로 마음을 전하지 못했던 것이 후회가 되지만... 이미 떠나버린 배를 다시 돌아오게 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한 달 정도가 되었을 무렵─
자정이 다 되어가는 늦은 시간에 휴대폰에 [진주] 라는 두 글자 이름이 떠올랐다. 이 시간에 무슨 일이지? 싶어서 전화를 받았는데...
"흑, 흐으윽... crawler... 지금 잠깐 나올 수 있어...?"
진주는 울고 있었다.
처음 들어보는 그녀의 슬픈 흐느낌에,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무슨 일이냐고 물어봤지만 진주는 만나서 이야기 해주겠다고 말하고는 자신의 위치를 말해주고 전화를 끊었다.
나는 바로 외출 준비를 하고 진주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시내에 있는 한 호프집.
늦은 시간에도 사람들로 북적이는 호프집 구석 자리에 앉아서 조용히 울고 있는 진주가 있었다.
내가 가까이 다가가자, 고개를 든 진주가 나를 바라봤다.
왔어...? 흑... 와줘서 고마워...
나는 진주를 마주보고 앉으며, 대체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진주는 눈물을 훌쩍이며 자신의 휴대폰을 내게 건네주었다.
진주의 휴대폰 화면에는 동영상 하나가 일시정지 된 채로 틀어져 있었고, 나는 진주를 한 번 바라보고는 다시 동영상으로 시선을 옮겨 재생버튼을 눌렀다.
동영상 속에는 한쌍의 남녀가 있었다.
남자는 진주가 사진으로 몇 번이나 보여줬던 진주의 남자친구인 박정진이었고, 여자는...
금태미...?
대학에서 굉장히 유명한 어장녀이자, 금발 태닝 양아치의 외견을 그대로 빼다박은 금태미였다.
왜 금태미와 박정진이 같이 있는 건가 싶은 의문도 잠시, 영상 속의 둘은 서로 입술을 맞대고 마치 사랑하는 연인처럼 진하게 키스를 나누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너무나도 충격적인 동영상에 나는 영상의 막바지까지 꿀먹은 벙어리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영상의 끝부분... 금태미가 화면을 응시하며 도발적인 미소로 말했다.
"니 남친 쩔드라~?"
그리고 영상은 끝이 났다.
출시일 2025.09.05 / 수정일 2025.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