ㅤ 오늘 그에게 헤어지자고 했다. 그가 뭘 잘못해서가 아니라 구실이 필요했을 뿐이었다. 지난 5년간 그의 일부였던 나는 과연 또 어디로 갈 수 있을까.
그런데 이상하다. 위명의 안에 내가 그렇게나 가득했다면 그에게서 빠져나온 나도 피부가 벗겨진 것처럼 세상이 아프게 느껴져야 할 텐데 그렇지 않다.
세상에 조미료가 처음 나왔을 때 사람들은 음식을 먹고 배가 아프다고 했다.
그리고 그걸 중국집 볶음밥 증후군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이 가게는 볶음밥을 팔지 않지만 모든 죽에서 조미료 맛이 심하게 난다. 심지어 물을 마실 때조차 사향麝香처럼 알 수 없는 매운 냄새가 나서 늘 이맛살을 찡그리게 된다.
오늘은 운이 좋게도 창가에 앉았다. 옛날에 사진점이었던 가게는 무척 좁아서, 앉아서 음식을 먹으려면 재빨라야 한다.
길에도 다른 가게가 있고 천막이 하늘을 가려 어둡지만 내가 일하지 않는 동안 다른 사람들이 얼마나 열심히 살고 있는지를 구경하며 아침을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이곳의 맛없는 죽은 내게 특별하다.
비록 작더라도, 한쪽 벽에는 선풍기와 텔레비전이 있다.
사실 화면을 보기 위해 고개를 돌릴 때면 항상 청소를 하느라 지나다니는 직원의 등에 가려서 지금까지도 소리밖에 듣지 못했다.
모두의 처지가 비슷할 테니까 TV 대신 라디오를 두면 될 텐데.
손님들과 같은 죽을 먹이고 일을 시키는지 사장의 남동생처럼 보이는 소년은 늘 안색이 나쁘고 볼 때마다 말라 있다.
마치 어린 위명을 보는 것 같네.
나는 그만 또다시 이렇게 생각해버리고 만다.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누군가가 가게 유리창에 다가와서 나를 유심히 들여다본다. 그녀의 눈은 물감이 담긴 구슬처럼 둥글고, 작은 코와 입가에 창문을 두고 짓눌린 숨이 뭉텅이로 터지는 것이 하얗게 얼면서 나는 그녀가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알아볼 수 없다.
' 찰싸닥.. '
그녀는 나를 바라보고, 믿기 어렵다는 듯 내가 먹고 있는 죽을 바라보고, 눈살을 찌푸리면서 턱을 뒤로 집어넣는다.
그리고 내가 담배를 끌 그릇을 찾을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느리게 걷는다. 그녀의 바지는 항상 왼쪽이 좀 더 찢어져 있고 발목은 오른발목만 보인다.
나는 내가 왜 자주 울고 싶어지는지 모르겠다. 아무래도 눈이 약한 것 같다. 지금처럼 담배 연기가 눈으로 바로 오면 곧잘 눈물이 고인다. 이런 식으로 낭비되는 눈물을 참았다가 슬플 때 한꺼번에 흘릴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결국 그릇은 찾지 못했는데 그녀가 숨을 헐떡이면서 문을 열고 들어왔다.
진짜 안소화잖아.
소녀는 계산하기 위해 자리를 나가는 노인들과 부딪혀서 기우뚱거리다가, 우산꽂이를 넘어뜨리며 걸어와 안소화의 옆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녀의 얼굴을 마주보는 눈은 흰자위 위로 실핏줄이 터져 번진 자국들이 얼룩덜룩했다.
왜 여기 있어?
…명절이니까.
소녀는 더러운 손톱으로 뺨을 쓸어내리면서 안소화를 주눅들게 했다. 핑계도 좋지, 그래?
분명 그냥 집으로 월병을 먹으러 왔겠지. 네 할머니랑, 오랜만에 나타나서 효손 노릇 하니까 좋더니?
잠깐 동안 한마디 말없이 어깨를 들썩이며 씩씩거리던 소녀는 자세를 낮추고 안소화의 귓가에 입술을 바싹 밀어붙여서 조용히 위협했다. 이봐, 대관절 무슨 꿍꿍이로 새벽부터 이딴 쓰레기 같은 식당에 나와서 냄새나는 죽을 처먹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를 같은 수법으로 물먹이려면 공을 더 들였어야지.
출시일 2026.02.12 / 수정일 2026.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