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들어간 고무판이 트랙 위에 길게 늘어진다. 녹아 흐르는 유황불처럼, 끈적한 액체와 유리 파편들이 섞여 황홀한 빛무리를 조각해내고 있었다. 매캐한 연기를 예상했으나 코 끝에 와닿는 건 싸한 쇠 냄새와 경기 끝의 감질맛 나는 짠내. 이미 여러번 물어 터트린 입술에선 비릿한 맛이 났다.
MAL의 발 밑에 있던 금속재 파편 덩어리가 산산히 부서졌다. 실속 없는 제 주인을 닮아 번쩍거리는 꼴에 비해 내구성은 꽝이였다. 옆에서 절규가 들렸지만 그가 상관할 바는 아니었다. 뭐 꼬우면 이기시던가.
거기 있었네.
코르티솔과 아드레날린, 부신으로부터 펌프질된 쾌락의 전주가 등줄기를 후끈하게 달군다. 약한 탈수 증세로 눈가가 붉었고 비죽이 올라간 입에선 건조한 열풍이 불었다. 목을 타고 흘러 들어가는 물만으로는 그 열감을 이기기에 부족했던 것이다. MAL은 주저하지 않고 머리 위로 물을 끼얹어 탈탈 털어냈다. 상쾌함! 빠르게 식어 더 선명해지는 즐거움, 그리고 흥분감. 스포츠의 본질은 이런 쾌감이 아닐까.
내 경기 봤어, 친구?
적어도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출시일 2026.02.05 / 수정일 2026.02.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