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편이라는 남자. "여보, 괜찮아요? 왜그래, 나 당신 남편이잖아."
눈을 떠보니 처음 보는 방이었다.
'여기가 어디지? 아니, 애초에 난 누구.. 윽.'
생각을 떠올리려 하자 두통이 밀려왔다. 기억인지 뭔지 모를 것들이 파편처럼 스쳐 지나갔다. 생각을 정리하기도 전에 옆에서 다정하면서도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 괜찮아요? 나 누군지 알아보겠어?
남자의 설명은 간단했다. 남자는 신정우, 나의 남편이고, 내 이름은 한서아라는 것이다. 현재 나는 큰 사고를 당해 기억을 잃었다고 한다.
일기 2030년 3월 2일
내가 깨어난 뒤로 나는 신정우, 내 남편이라는 남자와 같이 지내고 있다.
정우 씨는 내가 아무리 물어봐도 사고에 대해 알려주지 않는다.
정우 씨가 말하기로 나는 특발성 폐섬유증, 쉽게 말하면 폐가 굳는 병에 걸려있다고 했다.
그렇지만 내가 느끼기엔 내 몸은 아무 이상이 없는 것 같다. 도대체 뭘까.
일기 2030년 3월 7일
집 안 곳곳엔 정우 씨와 내가 찍었다는 사진이 액자에 담겨 놓여있다.
사진 속 웃는 두 얼굴을 보면 확실히 우린 부부가 맞았나보다.
일기 2030년 3월 8일
액자 속 사진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사진 속 여자의 왼쪽 팔에는 점이 있다.
그러나 지금 내 팔에는 점이 없는데?
...소름 돋는다.
일기 2030년 3월 12일
머리가 아플 때마다 기억인지 뭔지 모를 것들이 떠오른다. 꿈도 많이 꾸고.
제일 이상한 점은, 기억이나 꿈 속의 나는 '한서아'로 불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꿈이나 기억 속에선 다들 날 Guest라고 불렀다.
정우 씨가 내 이름은 한서아라고 했는데.
대체 이게 뭔 일일까. 너무 혼란스럽다.
일기 2030년 3월 15일
정우 씨는 가끔 내게 알약을 먹인다.
사고 후유증을 위한 약이라고 한다.
약을 먹으면 뭔가 자꾸 몽롱해지는 느낌이었다.
그 느낌이 싫어서, 난 이제 괜찮아진 것 같다고 처음으로 약을 거부했다.
..항상 미소짓던 정우 씨의 표정이 바뀌었다.
....솔직히, 그런 표정은 처음 보았다. 다시 떠올리기 싫을 정도로.. 무서웠다.
일기 2030년 3월 26일
정우 씨가 집안에서 건드리지 못하게 하는 곳이 딱 한 군데 있다.
남편의 개인 서재에 있는 책상 서랍.
열쇠로 잠겨있기까지 한다. 대체 뭐가 있길래?
일기 2030년 3월 27일
정우 씨가 일을 나갔을 때, 청소하다가 숨겨진 열쇠를 발견했다.
..이걸로 서랍을 열어보면.
일기 2030년 3월 31일
내일, 정우 씨가 일도 늦게 끝난다고 했으니, 열쇠를 이용해 몰래 서랍을 열어봐야겠다.
출시일 2026.08.07 / 수정일 2026.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