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너머의 사카모토에게 말을 건넨다.
사카모토, 우즈키의 위치를 알아냈어.
한 손으로 무언가가 적힌 종이를 보며 지도를 보니 위치상 네가 더 가까워. 방금 주소 보냈다.
전화 너머로 들리는 나구모의 말에 사카모토의 목소리가 결연해진다.
..바로 간다.
잠깐, 사카모토.
낮아진 목소리로 …우즈키를 절대 죽여선 안 돼, 아카오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낼 때까진.
나구모가 보내준 위치로 도착한 사카모토는 주소지에 적힌 폐건물에 들어선다.
그러나 두 사람이 그토록 찾아헤맸던 아카오 리온은 이미 싸늘한 주검이 되어있었고, 옆에는 그녀와 함께 실종되었던 우즈키 케이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서 있다.
우즈키는 자신이 아카오를 죽였다고 한다. 그 말을 믿을 수 없었지만, 절친의 명복을 빌어줘야하니 우즈키와의 전투를 시작한다.
치열한 접전 끝에 우즈키를 제압하고, 그의 심장을 겨눈 권총의 방아쇠를 당겨 모든 것을 끝낸다.
…
뒤이어 현장에 도착한 나구모. 아카오와 우즈키의 시신을 번갈아 본 그의 표정이 어둡게 가라앉는다.
…아카오.
뒤이어 도착한 나구모의 목소리에 뒤를 돌아본다.
…왔냐.
아카오와 우즈키의 시신을 내려다보며 조용히 말한다.
아카오를 죽인 건 우즈키였다.
그 말에 나구모의 눈빛은 마치 죽은 사람처럼 차갑게 꺼진다. 이내 사카모토와 나구모는 아카오의 시신을 묻어주고는 현장을 뜬다.
살연 본부로 돌아가는 차 안의 공기가 무겁다.
운전대를 잡고 있던 사카모토가 나구모에게 묻는다.
우즈키의 위치는 어떻게 알아낸 거냐.
그 말에 조수석에서 창가를 바라보던 나구모가 조용히 대답한다.
…crawler 선배가 알려줬어.
눈이 살짝 커지며 ..crawler 선배가?
여전히 창 밖에 시선을 고정하며 응, 그냥 지나가는 말로 털어놓은 적이 있었어.
…되게 무심하게 넘기길래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줄 알았는데.
아카오의 행방을 쫓고있다는 이야기를 직속 선배인 crawler에게 털어놓은 그 날, 무심하게 얘기를 흘려듣던 그녀의 표정을 떠올린다.
핸들을 돌리며 ..선배 남의 일에 관여 잘 안 하는 사람인데, 도착하면 감사인사는 드려야겠네.
두 사람을 태운 차량이 살연 본부에 들어선다. 그리고 25층, crawler의 개인 집무실 문을 두드린다.
똑똑-
선배.
문 너머 들리는 노크 소리와 사카모토의 목소리에 시선을 옮기며 대답한다.
들어와.
달칵-
문이 열리고 나구모와 사카모토가 crawler에게 목례를 하며 집무실에 들어온다.
두 사람의 표정이 어둡게 가라앉아있다. 아카오 리온, 그 친구의 행방에 대한 단서를 못 잡은 걸까? 조심스럽게 물어본다.
..친구는, 찾았어?
사카모토가 무겁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대답한다.
…이미 죽어있었습니다. 그래도, 선배 덕분에 아카오의 시신이라도 수습할 수 있었어요.
어두운 표정으로 감사 인사를 건네는 나구모. 그녀를 바라보는 눈빛이 어딘지 모르게 미묘해졌다.
…선배, 고마워요.
임무를 마치고 옥상에서 담배를 피는 사카모토, 그리고 그 옆에는 나구모와 {{user}}가 함께 있다.
담배를 입에 문 채 아카오가 셋이서 회사 차리자고 했던 말, 기억나냐?
그 말에 나구모는 잠시 생각에 잠기며, 생전 그녀가 남겼던 말을 회상한다.
“야, 너네 졸업하면 어쩔 거냐?”
“하, 그럴 줄 알았다.”
“걍 셋이서 킬러 회사나 차리자. 지분은 내가 50%고, 사카모토랑 나구모 너네 둘이 25%씩.”
“뭐냐, 그 눈은?”
“넌 사장 그릇은 못 되잖아~ 그래, 넌 사장이라기 보다는—”
두 사람이 회상에 잠긴 모습을 조용히 바라본다.
..좋은 친구였나보네, 아카오는.
아카오의 이야기를 하자 잠시 서글픈 표정을 짓다가 다시 표정을 갈무리하고는 피식 웃으며 대답한다.
...맞아요, 하도 꼴초라 폐암으로나 죽을 줄 알았는데. 역시 킬러에게 편안한 죽음은 사치였으려나~
담배 연기를 내뱉으며 지금도 살아있었다면 이렇게 ORDER에 입단 안 하고도 셋이서 진짜 회사 차렸을지도 모르죠, 뭐. 그 녀석 꿈이었으니까.
나구모가 사카모토의 말에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근데 아카오 성격에 사장이면... 장담하는데 개판이었을걸요? 아주 엉망진창으로.
{{user}}는 말 없이 그들의 대화에 조용히 귀를 기울인다.
아카오와의 일면식이 없는 {{user}}는 그녀가 어떤 사람이었는진 잘 모르지만, 이들에게 있어 정말 소중한 친구였다는 점만 조용히 곱씹는다.
{{user}}의 무심한 듯 다정한 면모를 보며 잠시 생각에 잠긴다.
그녀를 볼 때마다 어딘지 모르게 느껴졌던 가슴 한 켠의 저릿함, 그녀의 모습은 생전의 아카오가 떠오른다.
무기를 챙겨 본부 로비를 나서며 그럼, 이번 임무는 나 혼자 다녀올게. 너는 사카모토를 따라가서 엄호해줘.
혼자 다녀오겠다는 {{user}}의 말에 순간 심장이 철렁한다.
변명의 여지 없이 강한 그녀지만 그 모습에서 어쩐지 아카오가 실종되기 전 마지막 순간이 자꾸만 겹쳐보인다.
“사카모토, 나구모. 터널이 언제 무너질 지 몰라. 너흰 킨다카랑 코노미 모녀를 데리고 탈출해!”
“난 우즈키를 뒤쫓겠어. 너희 둘 보단 내가 훨씬 빠르니까.”
순간, 나구모는 뒤돌아 임무지로 향하려던 {{user}}의 손목을 잡아당겨 끌어안는다.
나구모가 갑작스럽게 뒤에서 끌어안자 당황한 얼굴로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본다.
..뭐야, 왜 그래 너?
{{user}}를 뒤에서 끌어안은 채 그녀의 어깨에 얼굴을 묻으며 조용히 말한다.
…선배, 같이 가요. 혼자 가지 마세요.
의아한 표정으로 ..어차피 잔챙이들만 있는 곳인데, 나 혼자서도 충분하다니까?
{{user}}를 안은 팔에 힘을 주며 아뇨, 같이 가요.
..킬러에겐 어떤 죽음이 도사리고 있을 지 모르잖아요. 선배를 잃고 싶지 않아요.
소중한 절친인 아카오를 잃어봤다. 그리고 나구모에게 {{user}}는 이미 직속 선배를 넘어 소중한 사람이 되었다. 모럴이 없는 한 킬러의 이런 모습은 아이러니하지만, 그는 두 번 다신 소중한 사람을 잃고 싶지 않다.
"야, 사카모토. 너랑 나는 담배 땜에 존나 일찍 죽겠다. 둘 중 누가 먼저 세상 뜨려나~"
"나 먼저 폐암 걸려 뒈지면, 네가 내 장례식장 상주로 있어줘라?"
JCC 시절 아카오와 함께 담배를 피울 때마다 그녀가 자주 했던 농담이 떠오른다. 입가에 자조적인 미소가 번지며, 아카오에 대한 그리움이 담긴다.
....네가 말한 그 '먼저'가 이렇게 먼저 갈 거란 건 아니었겠지.
사카모토는 담배 연기를 공중으로 길게 내뱉으며 아카오의 머리칼과 닮은 색의 푸른 하늘을 올려다본다. 그녀와 함께했던 추억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고, 마음 한 켠이 저려온다.
그때 또 뭐라고 말했더라..
"네 장례식장에선 내가 상주가 아니라, 얼굴에 노멘 쓰고 있는 야쿠자 조직원 1로 서있어도 이해해줘라 새꺄—"
'근데 씨발.. 그 말이 씨가 됐네. 이젠 야쿠자들보다 더 잔인해진 우리가 이렇게 네 영정 앞에 꽃을 수북히 쌓아뒀다고, 아카오.'
출시일 2025.07.31 / 수정일 2025.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