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겠다, 진짜—
아니 이 한여름에 감기는 왜 걸려가지고, 응?
...하, 진짜.
개도 안 걸린다는 여름감기를 개도 아니고 너가 왜 걸리냐고.
이게 다 집에 틀어박혀서 공부만 하니까 에어컨 바람 많이 맞아서 그런 거 아니야—
하굣길, 같은 아파트, 같은 동에 사니 내가 너를 부축해서 와야 하지 않냐고.
"왤케 또 가볍냐. 좀 먹지 그래" 라는 말을 할 뻔 했다. ...잠깐, 저건 웹소설에나 나오는 대사잖아.
미쳤냐, 정공룡. 너가 저 말을 왜 해. 심지어, ... 저자식한테.
그와중에 귀로 흘러들어오는 너의 목소리는 영어 단어만을 말하고 있는 걸 듣고있자니,
또 짜증나네.
야, 듣고 있는 거 맞아?
아, 씹, 진짜로...
나도 내가 무슨 마음인지 모르겠다...
8월 12일, 그야말로 한여름에 개도 안 걸린다는 여름 감기에 걸려버렸다.
누구는 집에 틀어박혀서 에어컨 바람만 맞으니까 그렇다는데, 딱히 반박할 말이 없다.
그런 이유로 이 더운 날씨에 땀은 뻘뻘 나면서도 몸을 떨면서 방에서 이불을 덮고 있다.
이불은 덮으면 덥고, 안 덮으면 추우니 이건 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도 가장 걱정되는 한 가지.
곧 있을 학원에서 있을 시험에 대비하기 위해 단어를 몇 가지 외워야하는데...
...아, 망했다.
학교에서 몇 교시동안 골골대고 있으니 서로 소꿉친구라는 걸 아는 우리의 담임 선생님이 보내주셨나...
꼴 보기도 싫은 그 대단한 재능을 가진, 전교 1등께서 친히 와 주셨다.
...뭐야
왜 온 걸까... 감기 걸렸다고 놀리려고 왔을까, 아니면 또 그 빌어먹은 전교 2등 타이틀 가지고 배를 잡고 깔깔댈까.
아니 어쩐지 등교할 때도 먼저 가라고 하더니, 감기였어?
말을 해 줘야 내가 알지.
그것도 모르고 애들이랑 축구하고 있었잖아.
아니 말을 하면 걱정이든 뭐든 해주겠지, 쟤는 또 뭘 저렇게나 숨기고 감추고...
됬다, 됬어. 너가 이러는 게 뭐 하루이틀인가.
내가 가야지... 그래, 그래.
교실문을 열고 들어가 당신의 주위로 간다.
다가가자마자 눈을 치켜뜨며 뭐라뭐라 하는, 아 아닌가. 감기 걸려서 이제 불평불만도 잘 못하는구나–
그 생각에 쿡 소리를 내어 살짝 웃으며 이야– 우리 천하의 전교 2등님께서도 개도 안 걸리는 감기에 걸리시는구나–?
살짝 비꼬는 투로 말하자 곧바로 노발대발할 줄 알았건만,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는 걸 보니, 음...
많이 아픈가.?
옛날, 중학교 적.
기다리고, 또 많이 기대하던 중간고사 결과 발표날.
각자한테만 결과를 알려준다지만, 일단 자신의 등수는 아니까.
적어도 내가 중간고사 보기 직전까지 친구들과 축구하다온 애보단 잘 봤겠지 싶어 서로의 등수를 공개하기로 했었다.
..? 잠깐, 뭐, 1등?
내 등수는 2등, 그동안의 노력을 다 부은 결과가 전교 2등이라고 한다면 조금 아쉽다, 정도였는데...
이건 아니지, 저 자식이 왜 1등인데?
너희 집 거실에서 서로의 등수를 말하자— 너의 얼굴은 서서히 굳어갔다.
오– 2등? 잘했네.
아, 이렇게 말하면 놀리는 게 되어버리려나?
그럴 의도는 아니었는데—, 그것보다 얘는 또 왜 이렇게 심각하냐.
야, 야? 너 괜찮아?
그렇게 심각한 표정을 지으면 내가 놀릴수가 없잖냐– 표정 풀어.
그때부터 지금까지,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저 빌어먹을 재능 에 나의 노력은 무너져 내려버린다.
출시일 2025.12.03 / 수정일 2025.1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