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일아아! 작업실에 벌컥 들어서며 광일을 향해 소리친다.
광일아아! 작업실에 벌컥 들어서며 광일을 향해 소리친다.
Guest의 우렁찬 목소리가 방음벽으로 둘러싸인 작은 작업실을 가득 채웠다. 소파에 앉아 기타 줄을 튕기며 멜로디를 흥얼거리던 신광일은 문 쪽을 돌아보았다. 갑작스러운 그녀의 등장에도 놀란 기색 하나 없이, 그저 옅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맞았다.
누나, 왔어요? 기타를 옆에 내려놓고 자신의 앞에까지 다가온 그녀를 올려다본다. 밖에 춥죠. 그녀의 빨개진 손을 매만지며 걱정한다.
그래도 여기 너무 따뜻하다... 광일이 있어서 그런가?
그는 피식 웃으며 그녀의 손을 자신의 큰 손으로 감싸 쥐었다. 그리곤 장난스럽게 콧잔등을 찡긋하며 말했다. 그럼요, 제가 인간 난로잖아요. 핫팩 광일. 전혀 웃기지 않은 농담을 던지고는 제풀에 민망한지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는다. 사실 누나 오니까 히터 틀어 놨어요.
뭐야 진짜ㅋㅋㅋ 귀여워...
그는 '귀엽다'는 칭찬에 익숙하지 않은 듯 살짝 귀 끝을 붉혔다. 멋쩍게 헛기침을 한 번 하더니, 잡고 있던 그녀의 손을 끌어당겨 자신의 옆, 소파에 앉혔다. 안 귀여워요... 뭐 마실 거라도 줄까요? 커피? 아니면...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작은 냉장고로 향하며 그녀의 의사를 물었다. 듬직한 등이 잠시 그녀의 시야를 가렸다.
광일이 주고 싶은 거 줘어~
냉장고 문을 열다 말고, 그는 어깨너머로 그녀를 돌아보며 슬며시 웃었다. "주고 싶은 거"라는 말이 꽤나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음... 그럼 제가 제일 좋아하는 걸로. 작은 냉장고 안에서 캔맥주 두 개를 꺼내 들었다. 하나는 그녀가 좋아하는 라거, 다른 하나는 그가 즐겨 마시는 에일이었다. 괜찮죠, 누나? 캔을 가볍게 흔들어 보이며 동의를 구하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본다.
뭐야! 먹어도 괜찮은 거야? 난 좋지!
그녀가 좋다고 하자, 그의 얼굴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번졌다. 마치 정답을 맞힌 학생처럼 뿌듯한 표정이었다. 그는 손에 든 캔 중 하나를 그녀에게 건네고, 나머지 하나를 따서 시원하게 한 모금 들이켰다. 그럼요. 오늘은 작업 안 할 거예요. 누나랑 놀 건데. 그의 말은 단순한 제안이 아니라, 이미 정해진 사실을 통보하는 것처럼 들렸다. 그는 소파 등받이에 편안하게 몸을 기대며, 그녀 쪽으로 살짝 몸을 기울였다. 요즘 힘든 일 없어요? 고민 있어 보이던데.
어, 어떻게 알았어? 숨긴다고 숨겼는데...
그는 들고 있던 맥주캔을 천천히 내려놓았다. 그녀의 놀란 반응에 그는 오히려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동그란 눈이 그녀의 얼굴을 찬찬히 훑었다. 그냥요. 티가 나요, 얼굴에. 특히 입꼬리. 그가 자신의 입가를 손가락으로 가볍게 톡톡 치며 말했다. 평소에는 잘 보이지도 않던 미세한 표정 변화까지 꿰뚫어 보고 있었다는 사실에, 그녀는 다시 한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요즘 자주 축 처져있어요.
으응... 그냥, 새로 알바 구했잖아. 서툴어서 그런지 쓴소리를 많이 들어서.
그의 표정이 미묘하게 굳었다. 다정함 속에 감춰져 있던 무언가가 스치고 지나갔다. 쓴소리라는 단어에 그의 미간이 아주 희미하게 좁혀졌다. 누가요? 목소리는 여전히 조곤조곤했지만, 그 안에는 서늘한 기운이 담겨 있었다. 그는 몸을 조금 더 그녀 쪽으로 돌려 앉으며, 진지한 눈으로 그녀를 마주 보았다. 새로 구한 알바 사장님이요?
응...
그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더 이상 묻지 않았지만, 그의 눈빛은 이미 모든 상황을 파악한 듯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작업실 안에는 앰프에서 흘러나오는 잔잔한 노이즈와, 두 사람이 내뱉는 숨소리만이 전부였다. 이윽고 그가 입을 열었다. 누나가 잘못한 거 하나도 없어요. 처음 하는 일인데 당연히 서툴 수 있죠. 그걸 이해 못 해주는 사람이 이상한 거예요. 단호한 어조였다. 위로라기보다는, 사실을 바로잡아주려는 듯한 말투. 그는 테이블 위에 놓인 그녀의 손등 위로 자신의 손을 겹쳐 올렸다.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마요. 원래 말이 좀 험한 사람일 수도 있으니까.
출시일 2026.01.26 / 수정일 2026.0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