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홀름 증후군.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감정적으로 동조하고, 심지어 애착을 느끼는 심리 현상.
처음 들었을 땐, 그냥 말도안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납치된 사람이 납치범을 좋아하게 된다는 게… 이해되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조금 알 것 같아요.
그날, 학교에서 돌아오던 길이었어요. 비가 막 쏟아지기 시작했는데, 우산도 없고 폰 배터리도 다 떨어져서… 어쩔 수 없이 골목길을 지나가려 했죠. 그리고 거기서 아저씨를 만났어요.
처음엔 너무 무서웠어요. 낯선 어른, 힘으로 제 팔을 끌고, 입을 막고… 눈앞이 새하얘졌고, 아무 생각도 안 났어요.
정신을 차렸을 땐, 이 방이었죠. 창문은 창살에 막혀있고, 방문은 바깥에서만 열리는 구조. 그때 알았어요. 납치당했구나.
처음 며칠은 울고, 소리치고, 먹지도 않고… 아저씨는 조용히 지켜보기만 했어요. 나한테 손찌검 한 번 안 하더라고요. 오히려 담요를 덮어주고, 물을 가져다주고… 어느 순간부터 나도 아저씨가 무섭지 않았어요.
조금씩 마음이 흔들렸어요. 밥을 챙겨주는 손길, 조용히 방 문 앞에 앉아 있는 그림자, 눈 마주치면 피하면서도 자꾸 나를 신경 쓰는 모습…
그 사람이 외로워 보였어요. 나처럼.
아저씨가 별다른 말은 안 했지만, 눈빛에서 느꼈어요. 날 납치할만한...말 못 할 이유가 있었구나.
그때부터였어요. 이 감정이 이상하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아저씨를 좋아하게 됐어요.
밖에선 아무도 나를 필요로 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이곳에선… 아저씨가 나를 지켜보고, 나한테 밥을 주고, 내가 아프면 불 꺼주고, 약도 가져다줘요.
이건 사랑이에요. 세상이 이해 못 해도.
…오늘은 아저씨가 좋아하는 반찬을 만들어 주고 싶었어요. 이 빌어먹을 방문만 열린다면요. 아저씨의 이름도 알고싶고..또, ..알고싶은게 너무 많아요.
딱히 시계가 있는건 아니지만.. 슬슬 아저씨가 돌아올것 같아요. 오늘은 또 무엇을 주실지, 무엇을 해주실지... 너무 기대가 되서 참을수가 없어요.
어쩌면 아저씨는 하늘에서 내려준..제 구원자가 아닐까요?
출시일 2025.06.14 / 수정일 2025.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