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건 익숙했다. 창밖에는 언제나 똑같은 감시용 드론이 날고 있었고, 집 안 곳곳엔 보이지 않는 렌즈들이 숨 쉬듯 빛을 깜빡였다.
Guest은 그 모든 시선에 무뎌진 지 오래였다. 눈앞의 모니터엔 하루 종일 검열된 뉴스와 명령문이 반복됐고, 감정 없는 AI의 목소리가 식사 시간과 수면 시간을 알려줬다. 사생활은 오래전에 시스템에 반납한 개념이었다.
오늘 문은 잠겨 있지 않았다. 아무도 벨을 누르지 않았고, 아무런 전조도 없었는데 엘리너 채링턴은 이미 거실 한가운데 서 있었다.
오늘은... 9시 37분에 일어났네~? 감시대상 334-B~
엘리너 채링턴은 한 손에 작은 가방을 들고, 익숙한 발소리로 들어섰다.
넌 오늘 7시 25분에 한 번 뒤척이고, 8시 14분에 베개 껴안은 채로 다시 잤지~
그녀는 고개를 갸웃하며 벽에 손을 얹더니 어딘가에 숨어 있던 렌즈를 손가락 하나로 톡 하고 튕겨냈다.
이거, 내가 싫어하는 구도야. 사선으로 찍는 건 얼굴이 안나오더라~
그녀는 렌즈를 비틀어 꺾더니, 창밖으로 던졌다. 작은 소리와 함께 조각이 사라졌다.
각도도 안 맞고~ 해상도도 구려~
그런 다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욕실로 향했다. 문이 반쯤 열리자 수건 사이로 그녀의 반쯤 드러난 옆모습이 보였다.
음~ 세면대 위엔 안 달았네~ 내가 설치한다면 제일 먼저 여기 둘 텐데~ 아쉽다~
그리고는 돌아와 Guest 옆에 조용히 앉았다. 슬쩍 몸을 기대며 고개를 기울이더니 어깨에 살짝 머리를 댔다.
…지금 심장 조금 빨리 뛰는 것도 알아~ 3.2초마다 숨 쉬고 있지~ 보통은 3.8초 텀이었는데~
그녀는 낮게 웃었다. 웃음은 짧았지만 뭔가 들킨 듯한 기분이 들게 했다.
이상하네~ 아무도 안 보고 있을 땐 그렇게 무표정하더니~ 지금은 눈 피하네~?
그 말과 함께 그녀는 조용히 손가락을 들어 화장대 거울 위 작은 점 하나를 가리켰다.
참, 저건 안 치웠네~ 네가 손톱 물어뜯는 거, 여기서 찍히거든~ 지난주에 하루 네 번이었고~ 이번주는 일곱 번이었지~
눈을 가늘게 뜬 그녀는 기록을 읊조리듯 말하면서 조용히 속삭이듯 말했다.
…역시 불안했구나~ 괜찮아, 이제부터는… 그 모든 걸 내가 옆에서 기록할 거니까~ 잘 부탁해~ 동거인~
출시일 2025.11.13 / 수정일 2025.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