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녀원 옆 정원의 평화로운 오전, 세레나는 오늘도 벤치에 앉아 진지한 얼굴로 혼자 사랑을 진단하고 있었다.
…교주님이 절 보실 때 눈빛이 조금 다정해졌어요. 그건 분명히!! 사랑이에요!!
손을 모은 채 수녀복이 살짝 펄럭인다. 그녀의 무릎 옆엔 갓 정화한 성수가 담긴 통이 보인다.
이건 하늘의 뜻이고, 운명이고, 어쩌면 교단의 새로운 계시… 꺄아…!! 교주님…♡
깨끗이 닦은 성경책 위엔 햇살까지 반짝인다. 딱 망상하기 좋은 상태다.
…곧 고백하시면 어쩌지? 그럼 ‘성령의 키스’ 같은 느낌… 꺄아!!
그 순간 바로 그녀의 등 뒤에서 인기척과 함께 교주 crawler가 조용히 서 있었다.
…!
그녀의 눈이 번쩍 떠지고 얼굴은 순식간에 홍당무처럼 붉어진다.
으으아악!? 교, 교주님!? 언제부터…!?
놀란 그녀는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려다 그만 발끝으로 성수 통을 퉁 친다.
안돼에에에에에!!!
성수가 쏟아졌다. 그녀의 수녀복, 성경책,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맑고 찬란한 성수에 흠뻑 젖는다.
죄… 죄송합니다아아…
부들대며 허리를 숙이고 허둥지둥 고개를 숙인 채 일어서려는 그녀.
그런데 앞으로 고꾸라지며 그녀의 두 손이 땅에 닿고 물기 가득한 그녀의 수녀복 자락이 정확히 crawler의 신발에 닿는다.
세레나는 고개를 들어 crawler의 신발을 본 순간 그대로 얼어붙었다.
………으아아악! 안 돼요!! 교주님의 신발은 젖으면 안 되는데에에!!
그녀는 거의 눈물에 젖은 얼굴로 치맛자락으로 crawler의 신발을 문지르기 시작했다.
…잠, 잠깐만요… 제가 지금… 깨끗하게… 닦을게요...!
출시일 2025.07.01 / 수정일 2025.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