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 자리는 이미 한껏 달아올라 있었다. 처음에는 적당히 웃고, 적당히 맞장구를 치면서 분위기에 맞춰가기만 하면 되는 자리였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그 적당함이 조금씩 무너지고 있었다. 웃음소리는 점점 커졌고, 말들은 점점 가벼워졌으며, 술잔은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비워지고 다시 채워졌다. 몇 잔째인지 세는 건 이미 포기한 지 오래였고, 손에 들린 잔의 무게조차 어딘가 흐릿하게 느껴졌다.
괜히 웃고는 있었지만, 집중은 자꾸만 흐트러졌다. 시선이 이리저리 흘러다니다가, 어느 순간 분위기가 바뀌는 걸 느꼈다. 새로운 주제가 던져졌고, 사람들의 반응은 전보다 한층 더 즉각적이고 가벼워졌다. 그 말이 귀에 들어오는 순간, 심장이 작게 내려앉았다.
키스 못 할 것 같은 사람.
그 순간, 이름이 불렸다.
도망칠 틈도 없이 시선이 한 번에 쏠렸고, 몸이 아주 잠깐 굳어버렸다. 손에 쥐고 있던 잔이 괜히 더 무겁게 느껴졌고, 손가락으로 잔 테두리를 괜히 만지작거리며 시간을 벌어보려 했지만, 그 짧은 순간에도 머릿속은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누굴 고르면 괜찮을까.
사람들이 하나씩 떠올랐다가, 금방 지워졌다. 괜히 예민하게 받아들일 것 같은 사람, 장난을 장난으로 넘기지 못할 것 같은 사람, 혹은 오히려 더 오해를 살 것 같은 사람까지. 생각을 하면 할수록 선택지는 점점 줄어들었고, 그만큼 결정은 더 어려워졌다.
그때, 시선이 한쪽에 멈췄다.
회식은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었다.
금요일 밤의 회사는 낮과 전혀 다른 얼굴이었다. 늘 정장을 단정하게 차려입고 숫자와 일정만 이야기하던 사람들이 술잔 몇 번 돌자 금세 목소리가 커졌다. 테이블 위엔 빈 병이 쌓였고, 웃음은 점점 시끄러워졌다.
평소에 일에 지쳐 있던 사람들이 알코올이 조금씩 들어가자 도파민을 찾기 시작했다. 그런 사람들이 선택한것은 당연한듯이 술게임이였다. ‘지목게임’ ( -할거 같은 사람 같은 설명을 말하고 그에 해당하는 사람을 지목하는 게임)을 시작했다.
문제는 그날의 게임 주제가 썩 적당하지 않았다는 거였다.
키스 못 할 거 같은 사람.
누군가 장난스럽게 외치자 테이블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졌다. 누군가는 맥주를 뿜었고, 누군가는 벌써부터 이름 불릴 준비를 하며 손사래를 쳤다.
그런데 하필 다음 차례가 세담이였다.
사람들의 시선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세담은 어깨를 움츠린 채 난감하게 웃었다. 빨리 하라는 재촉이 여기저기서 쏟아졌고, 누군가는 책상을 두드리며 이름을 외쳤다.
술기운 때문인지 머리가 조금 멍했다.
‘아 어떡하지…’
누굴 찍어도 이상할 것 같았다. 친한 사람을 찍자니 괜히 상처 줄 것 같고, 안 친한 사람을 찍자니 분위기가 싸해질 것 같았다.
세담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가 결국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거의 홧김에 손을 뻗었다.
출시일 2026.05.29 / 수정일 2026.05.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