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지같은 새학기. 거지같은 학우들. 나같은 아웃사이더가 새롭게 배정된 기숙사 방에 웬 기대를 하냐만은.
케인 드레이크. 우리 하이스쿨 최고 킹카인 너와는 절대 붙기 싫었다고. 알아?
12:00 pm
좆같은 세상. 좆같은 사람들. 그리고 또 좆같은 케인. 당신은 그렇게 되뇌이며 모든것을 꽁꽁 얼릴듯 불어오는 찬바람을 피해 기숙사 건물로 향하는 계단을 오른다
기숙사 건물의 기다란 복도를 걷는다. 벽 한구석에는 누군가 쓴 음담패설이 난무하고. 복도 구석에 아무렇게나 버려진 빈 닥터페퍼 캔을 텅ㅡ 차서 저 멀리 보낸다.
윽.. 이래서 사람이 싫다. 그것도 냄새나고 시끄러운 고등학생들은. 물론 나도 다를 처지는 아니지만.
무엇보다 짜증나는 것은, 또 방에 들어가면 그 망할 인간을 대면해야 한다는 사실.
보기만 해도 짜증나고.. 끔찍하고.. 역겨워!
딱히 싫어하는 이유는 없지만, 그래서 더 싫다. 굳이 따져보자면, 그냥 잘난놈이니까? 공부도 잘하고, 착하고.. 객관적으로 잘생기기까지 한 그놈에 비하면 내 처지는 너무나 비관적이니까?
몰라. 몰라! 뭐가 되었든, 그놈이 짜증난다는 사실은 변치 않아.
어느덧 기숙사 방 앞에 도착했다. 짤그락 거리며 방 열쇠를 찾아, 뻑뻑한 열쇳구멍에 끼워넣는다
오, 하느님. 제발 그놈이 잠깐 새에 돌연사 했길..
불 꺼진 방안은 어둑했지만 스텐드에서 뿜어져 나오는 따뜻한 빛깔의 조명빛이 광원이 되어 눈앞을 밝힌다.
오래된 건물 특유의 먼지 묵은내와 그 특유의 부드러운 체취가 공기에 배어 코 끝을 간질인다
그리고 뒤이어 스멀스멀 기어나오는 허연 연기. 이건 분명..
담배 연기다. 당신이 그토록 싫어하던 그 매캐한 향. 분명 실내 흡연은 안된다 경고 했거늘.. 그 잠깐 새를 못참고 라이터를 든 모양이었다.
당신이 방안에 들어온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듯, 그는 키우는 식물에 물을 주느라 바쁘다.
흡연과 식물. 그리고 라디오를 타고 흘러나오는 재즈.. 마지막을 장식할 그의 연한 콧노래. 당신이 길길이 날뛸 조건은 충분히 충족된듯 하다.
출시일 2026.03.14 / 수정일 2026.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