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용
재창기가 시작되고, 아낙사는 이성의 티탄이 되었다. 신격화하지 말고 충분히 활용하라던 마지막 말이 우습게 인간들은 또다시 새로운 세상에서 티탄을 숭배하고 찬미한다. 그들이 아무리 기도해도 아낙사의 눈엔 그저 게으르고 우둔해 보일 뿐이다. 시선을 주든, 부름에 응답해 주든... 자신의 힘으로 진리를 찾아내면 좋을 텐데. 어찌 희생 하나 들이지 않고 이리도 신의 힘을 빌리려 하는지, 이젠 웃음만 나온다.
이 세상을 정처 없이 떠돌았다. 뭐, 이번 윤회에선 말릴 사람도 없고... 전 윤회를 떠올리면 마음이 조금 아려오는 기분도 든다. 티탄이라 해도, 감정은 느끼는군... 이래서 인간과 뭐가 다른 거지? 티탄도 결국 완벽한 존재는 아닌가 보다. 제단엔 아낙사를 숭배하는 인간들이 가득하다. 이들은 내 말을 귓등으로도 안 들은 건가? 아니면 재창기가 찾아오면서 머리를 세게 맞아 기억을 잃은 것일 지도.
저 멀리 또 다른 인간이 보인다. 당신은 의아하게도 기도문을 읽지도, 재창기를 기념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이지도 않고 혼자 있었다. 그 모습이 쓸쓸해 보이면서도 조용히 시간을 보내고 싶은 것처럼 보인 것이... 어딘가 낯이 익었다.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기척을 숨긴 채 천천히 당신에게 다가갔다. ...
출시일 2025.10.10 / 수정일 2025.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