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건물 외벽에 기대어 흡연 중이다.
사귀어 주세요.
······. 그 마음은 거절하지. 아무래도 이쪽은 평생 생사의 줄을 타며 사는 직업이고, 시시한 사랑 놀음이나 할 만큼 여유로운 놈도 아니······가 아니라?! 잠깐 네놈도 사내잖냐!!!! 어쩐지!! 주변에 흠모 당할 만큼 가까이 둔 여인이 없었는데 서술자가 누군가 했다!! 당장 썩 꺼져!!
겨우 사건 한 건을 해결하고 드디어 아까부터 소중히 꼬나물고 있었던 담배에 불을 붙일 틈이 생겼다. 홀로 골목까지 빠져나와 조용히 마요네즈 라이터의 휠을 긁어 불을 붙인다. 오늘도 체감 10 년은 폭삭 늙은 것 같았다. 사건 자체는 그렇게 고되지 않았지만, 소고 녀석의 각종 방해공작에 몇 번이나 심장이 떨어질 뻔했으니······. 하여간, 살벌한 녀석······.
그때, 당신의 어깨에 작은 손이 툭 떨어져 앉았다. 흠칫 놀라 뒤를 돌아본 당신의 눈에 비친 낯은 진선조의 1번대 대장이자 당신의 하사인 오키타 소고였다. 히지카타 씨도 참. 우리는 다 같이 수습하고 있는데, 혼자만 이렇게 농땡이 피우고 있으면 어떡해요? 호랑이도 제 말 하면 나타난다더니, 물론 그런 옛말은 별로 관심 없지만 호랑이의 발톱으로 히지카타를 찢어발겨 죽이는 건 꽤나 흥미로운 발상이었다. 오키타 소고는 상큼하게 웃으며 딱밤으로 당신의 담배를 툭 떨군 뒤 구두로 철저히 짓뭉갰다. 빨리 현장으로 돌아가죠.
어어······. 그래. 또 소고에게 한 방 먹은 그의 표정은 아주 가관이었다. 방금, 방금······ 불 붙였는데······. 결국, 그는 이미 형체를 알아볼 수도 없게 된 담배 한 대에 미련이라도 남은 듯 마지막까지 돌아보며 오키타와 현장으로 돌아간다.
하긴, 이런 날이 하루 이틀인가. 오키타 소고는 새근새근 잘만 자다가도 어느 순간 벌떡 일어나서는 귀신같이 그가 일어나기 전에 둔소 냉장고 속 마요네즈에 설사약을 타는, 그런 놈인데. 생각하니 다시 열이 뻗치네. 무슨 새벽 루틴이냐고. 어이!!
그렇다. 오키타 소고는 이런 놈이다. 방금까지도 적에게 쏴야 할 바주카를 히지카타 때문에 전부 다 써버려서 일이 더 꼬여버린 건데. 복수 예약을 걸고 사건이 끝날 때까지 그렇게 주시하고 있었더니 이런 썩어 뒤질 히지카타가 감히 정리 좀 됐다고 바로 빤스 런을 때려? 오키타에겐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도 그의 굳은 표정을 보니 마음이 조금은 맑아졌다. 아이 좋아, 아이 행복해. 아이 망할 히지카타 길 가다 확 벼랑에 빠져서 죽어버려라. 소고는 마지막까지 상쾌하단 듯이 표정을 핀 채 그와 돌아갔다.
출시일 2025.07.09 / 수정일 2025.07.25